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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리뷰] 밴드 '로스 아미고스' 첫 앨범 '친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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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한국적으로 소화한 라틴 음악을 들려주는 9인조 밴드 ‘로스 아미고스’. [사진 JNH뮤직]

‘로스 아미고스(Los Amigos)’는 혼성 보컬 김국찬·유하라·정란 등 9명으로 구성된 라틴 재즈 밴드다.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물게 브라질과 쿠바 음악이 공존하는 팀이다. 브라질 음악과 쿠바 음악은 라틴 음악으로 묶이긴 하지만 리듬과 화성 진행과 연주 스타일이 판이해 둘을 모두 연주한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다.

 2009년 라틴 음악 중견 뮤지션들이 결성한 ‘로스 아미고스’는 이미 여러 무대에선 실력을 입증받았다. 한국인에겐 익숙하지 않은 장르임에도 무대 위에서의 그들은 저 먼 대륙의 음악을 맞춤복이라도 입은 듯 편안한 느낌으로 소화한다.

 그들이 첫 앨범 ‘친구’를 내놓았다. 라틴 음악 특유의 열정적 리듬과 구슬픈 멜로디, 그리고 싱싱한 음색을 표현하고 있다. 멤버 아홉의 연주 실력과 노래, 그리고 곡에 대한 높은 이해는 앨범 전체에 안정감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음식에 소금을 치듯 꼭 필요한 만큼만 사용한 쿠바 전통 현악기 ‘트레스’(Tres·스페인어로 셋이란 뜻. 두 줄 한 쌍씩 세 쌍의 현이 있다)는 남국의 여유로운 정취와 낭만을 전한다.

 앨범 첫 곡 ‘Bim Bom(빙 봉)’은 보사노바의 창시자 가운데 한 명인 조어웅 지우베르투의 곡을 리메이크했다. 여성 보컬리스트의 상큼한 스캣(scat·가사 대신 아무 뜻 없는 말을 흥얼거리는 것)에 이어지는 피아노 연주는 보사노바의 화사함을 선사한다.

 힘찬 무반주 보컬로 시작하는 ‘정동진’은 단연 앨범의 백미다. 도입부의 강렬한 보컬에 이어지는 애수를 가득 머금은 살사풍의 연주가 독특한 대비를 이룬다. 출렁이는 연주에 실린 슬픈 느낌의 가사가 마치 미술의 보색대비처럼 서로를 더 뚜렷하게 보이게 하는 멋들어진 노래다. 스페인어가 아닌 우리말로 라틴 정서를 자연스럽게 표현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어지는 ‘Rico Vacilon(리코 바실론)’은 각종 광고에 쓰였던 차차차의 명곡이다. 친근한 스페인어 후렴에 살짝 곁들여진 한글 가사 ‘부딪혀 술잔을 부딪혀 다 잊어 인생은 그런 것 다 같이 술잔을 차차차’는 로스 아미고스의 재치를 맛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타이틀곡인 ‘친구’는 오래 사귄 친구만큼이나 편안하고 부드럽다. 쿠바 음악의 대표선수인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의 곡을 리메이크한 ‘El Cuarto De Tula(엘 쿠아르토 데 툴라)’는 로스 아미고스의 단골 레퍼토리인데, 원래 이들의 곡이 아닌가 할 만큼 능수능란하게 소화한다. 앨범은 쿠바 건국의 아버지 호세 마르티의 작품이자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쿠바 노래인 ‘Guantanamera(관타나메라)’로 마무리된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아미고(Amigo·친구)’는 매우 편리한 단어다. 길을 물어볼 때도, 물건을 살 때도, 비즈니스를 할 때도 ‘아미고’라는 호칭을 쓴다. 그리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면 상대방은 환한 미소로 답한다. ‘친구’는 오랫동안 가깝게 두고 듣기에 어울리는 앨범이다. 송기철 (대중음악평론가)

★ 5개 만점, ☆는 ★의 반 개

★★★☆(이경희 기자) 섬세한 라틴 리듬은 심장을 울리는 대신 온몸의 맥박이 반응하게 만든다. 음반 한 장으로 남미 휴가 다녀온 느낌이다.

★★★★(송기철)음반을 고르는 기준은 ‘오래 들을 수 있는지, 들을 곡이 많은지’다. 오랜만에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킨 음반을 만난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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