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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사의 미술 한국의 귀면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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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조자용씨 10년연구 결과 발표>
귀면와 연구가인 조자용씨는 11일의 한 연구 발표회에서 우리 나라의 도깨비 형상은 단군신화에 나오는 치우 장군의 모습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리라는 가설아래 그 귀면이야 말로 우리 나라 고유의 신앙이 빚어낸 대표적인 조형미술품이라고 말했다.
옛 기왓장에 조각된 도깨비의 최대 수장가인 조씨는 10여 년간에 걸친 그의 관찰결과를 한국미술사학회가 마련한 모임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귀면와는 한국에서만 발생하고 발전된 특유의 미술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도깨비 집으로 알려져 있는 그의 사설 박물관 「에밀레하우스」(마포구 화곡동 일구)에서 이 발표회를 가졌기 때문에 그가 수집한 갖가지 귀면와를 실례로 제시, 자신의 이론에 대한 물적 증거로 삼았다. 이 자리에는 조명기·황수영·진홍섭씨 등 관계 학자 10여명이 참석해 조씨의 최초의 공개 발표를 주의 깊게 귀기울이었다.
「벽사의 미술」을 주제로 하여 발표한 그는 『불교, 도교, 유교가 우리 나라에 전래되기 이전에 이렇다할 경전은 없었을 터이지만 맥맥이 흘러온 믿음이 있었을 것이며, 그 신앙 자체가 어떠한 조형을 이룩하였을 것이다. 그 신앙은 사람이 장생과 행복을 기원하는 것이며 곧 사람의 그것을 방해하는 외적 존재를 막아내 고 멀리하기 위한 벽사의 종교이다. 그래서 인류의 공통되고 통일할 수 있는 종교는 바로 벽사교』라고 말했다.
그는 이 도깨비의 기원 단군신화로 소급해 보았다. 중국의 옛 문헌에 황제가 반역한 제후인 「치우」의 얼굴(뿔이 둘이요, 이빨이 한치나되는)을 그려 벽사용으로 쓴 기록이 있지만 「단기고사」나 「규원사화」에는 단군의 보좌장군으로 돼있다. 중국에는 사실상 귀면와가 없으며 한국의 귀면와가 비록 용이나 당사자와 닮은 점이 많더라도 그것은 한반도 안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치우」와 함께 단군을 보필했다는 「고저네」는 산신도를 통해 오늘날에 전승되고 있는 것 같다고 조씨는 말했다. 즉 농사를 담당했던 「고저네」는 우리 민족의 원시신앙이 산악숭배, 산신숭배로 집약되듯이 사자로서의 호랑이를 항상 대동하고 있는 것으로 표현돼 있다.
물론 이러한 벽사의 종교는 뒤에 들어온 외래종교에 의해 다소의 변형을 보이겠지만 그 맥은 고금을 통해 변함없는 내용을 지니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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