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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비 다툼에 … 멀어진 KTX동탄역 개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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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KTX 동탄역사 건설 작업이 지지부진하다. 내년 말 완공 목표를 맞추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경기 평택 동탄신도시를 비롯해 인근 오산·수원·용인 지역 280만 명의 시민들이 이용할 시설인데도 그렇다. 2992억원에 이르는 사업비 분담 문제를 풀지 못해서다.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 두 곳이 사업비 관련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과 동탄신도시 사업자인 LH공사다. ‘누가 얼마나 더 내야 하는지’를 두고 3년째 옥신각신이다. 이대로면 2015년 수서~평택 간 KTX 노선이 개통된 뒤에도 한동안 동탄역은 열차가 서지 않고 그냥 통과하리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동탄역은 평택과 수서를 잇는 KTX 경부선 연장구간(61.1㎞)의 일부이자 이 구간에서 유일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환승역사다. 동탄2신도시의 가치를 높여줄 핵심교통시설인 셈이다. 애초 동탄역사는 버스터미널까지 함께 들어서는 복합환승센터로 계획됐다. 2009년 9월 국토부의 광역교통개선대책이 수립될 때 그렇게 정했다. 막대한 역사 사업비는 민자로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선뜻 나서는 민간사업자가 없었다.

 이런 ‘동탄역 민자 복합환승센터’ 방안은 석 달 뒤 별개인 ‘수도권고속철도 계획’이 나오면서 바뀌었다. 여기에선 “KTX와 GTX 환승센터인 동탄역사는 동탄2신도시 사업자(LH공사)가 사업비를 별도 제공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LH공사는 여기에 반발했다. 우선 ‘LH공사가 사업비를 제공한다’는 부분을 당사자인 LH공사와 협의 없이 집어넣었다는 것이다. 또 앞서 발표된 광역교통개선대책에서는 동탄역사를 ‘GTX 역사’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LH공사는 동탄역사 중 GTX역과 관련한 부분만 부담하면 될 뿐, KTX역 쪽은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게 공사 측의 주장이다. 이 논리대로라면 전체 사업비 2992억원 중 LH공사는 744억원만 내면 된다.

 이에 맞서 철도시설공단은 “LH 전액 부담”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양측 사이에 1년 넘게 대립이 지속됐다. 2011년 2월 국토교통부가 첫 중재에 나섰지만 뾰족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철도시설공단은 이듬해 7월 자체 사업비를 끌어와 동탄역 공사를 시작했다. 내년 말 완공을 하려면 더 이상 공사를 지연시켜선 안 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업비가 부족해 공사는 더디기만 했다.

 보다못해 국토부는 올 4월 철도산업위원회를 열고 “LH공사는 철도시설공단과 협의해 사업비를 선부담하라”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지난 12일에는 “공단과 LH가 50대 50으로 사업비를 분담하라”고도 했다. 하지만 LH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사업비를 낼 근거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GTX 삼성~동탄 구간에 대한 정부의 계획이 수립돼야 사업비를 제공할 근거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사업기본계획은 일러야 올 연말께나 수립이 가능하다. 그 뒤에 절차를 밟아 사업비가 집행됐다가는 KTX가 동탄역을 무정차 통과하는 일이 1년 가까이 이어질 판이다. 그래서는 지역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된다.

 서울대 고승영(건설환경공학) 교수는 “그동안 논의 과정을 보면 국토부가 제대로 된 중재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LH 측이 사업비 선제공에 부담을 느낀다면 국토부가 차후 문제가 생겼을 때 환불 보증을 서는 방식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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