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래 “대기업, 개척정신 되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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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경제민주화, 저성장 등 산적한 경제 현안을 돌파하기 위해선 결국 대기업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졌다. 26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고려대 미래성장연구소 창립 세미나에서다. ‘한국 산업 생태계의 변화와 미래 성장’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는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노대래(사진) 공정위원장은 축사에서 “대기업들이 골목상권에 골몰하고 기득권을 활용해 목 좋은 곳을 선점하는 등 지대 추구 행위(Rent seeking·자신의 이익을 위해 로비·방어 등 비생산적인 활동에 경쟁적으로 자원을 지나치게 소비하는 현상)를 계속한다면 우리 경제의 동태적 성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국 경제가 고부가가치형 산업 구조로 재도약하려면 과거 경제성장기 기업들이 가지고 있던 기업가정신, 개척정신을 현 대기업들이 다시 한 번 되살려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허창수(65) 전경련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2% 성장률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위기 극복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라며 “대기업들도 진지한 고민,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만큼 (중소기업과의) 동반 성장에 힘쓰고자 한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참여한 김도훈 산업연구원장은 한국 산업 생태계의 가장 큰 문제로 고용성장률 하락을 제시했다. 그는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고용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저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는 “1950년 이후 한국 경제사 속에서 선별 기업만 지원·개발해 온 정책이 지금의 경제민주화 움직임을 초래했다”며 “기업들은 경제민주화 움직임이 단순한 일회성이 아님을 유념하고 국민의 반기업 정서 해소에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연 미래성장연구소는 전 공정위원장인 김동수 고려대 석좌교수가 초대 소장을 맡았다. 김 소장은 "일방적인 선진국 사례 모방 대신 우리만의 창의·혁신이 있어야 성장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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