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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영세차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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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매연과 시민보건과의 싸움은 결국 버스사업의 기업화가 열쇠를 쥐고 있다. 매연의 범인은 디젤유이고 정비불량으로 인한 불완전 연소작용으로 밝혀지고 있지만 이를 추방할 수 있는 행정적 뒷받침이 전혀없다. 무엇보다 버스업계의 영세성을 고치는 처방이 없다. 버스기업을 합리화하지 않는한, 매연추방이란 쇠귀에 경 읽기. 그렇지 않아도 적자타령인 영세차주들이 많은 경지가 드는 유류대체와 정기정비, 점검등 근본대책을 선뜻 따르기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운수당국에 의하면 현재 서울시내의 차주와 버스대수의 구성비율은 좌석버스가 1천35명에 2천1백89대로 1대 1.6이고, 입석버스는 5백79명에 1천2백16대로 1대 1.2꼴.
차주는 1명이 평균 버스 2대에 전 생계를 걸고있는 영세경영 형태이다. 이들 영세차주들의 경영실태는 한마디로 기업이전의 규모.
신성교통의 영세차주 조태조씨(52)의 경우 65년에 불광권 개발로 갈현동∼서울역 노선이 황금노선일때 전재산을 처분 버스 1대를 사들인게 운수사업에 손댄 시초였다. 버스는 언제나 초만원, 3년만에 2백30만원짜리 집을 장만하고 버스도 1대 더 늘리는 등 톡톡히 재미를 봤다. 그러나 조씨의 사업은 68년 1·21 사태로 불광권 개발이 주춤하면서 급전직하, 집을 다시 팔아넣고도 회사부채가 아직 1백80원이나 남았다.
운수사업 5년에 조씨는 다시 셋방살이로 떨어졌다.
신성교통에 의하면 차주 30여명중 불광선이 황금노선이라는 말만 듣고 운수사업에 뛰어든 12명의 영세차주가 모두 조씨와 비슷한 입장으로 빛더미에 올라앉았다는 것이다.
영세차주의 도산소동은 어디나 비슷하다. 화계교동(성북구삼양동)소속 모범운전사 정덕중씨(37)에 의하면 영세차주들은 2백만원만 쥐어주면 지금이라도 모두 버스를 넘겨주고 운수업에서 손을 떼려고 하고있기 때문에 재투자란 생각도 안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에게 매연문제는 아예 뒷전, 채산이 맞지않는 판인데 새로 매연제거등에 투자할 여유가 안 돌아간다는 주장이다.
이들 주장에 따르면 먼저 디젤을 개설린으로 바꾸는 것은 바로 자살행위라고 펄쩍 뛴다.
현재 디젤유는 20ℓ에 3백5원인데 개설린은 5백90원으로 근 2배 값인데다가 디젤은 버스 1대당 하루 1백ℓ면 뛰나 개설린을 쓰자면 20ℓ가 더 든다.
따라서 디젤엔진을 개설린 엔진으로 대체했을 때의 연료비는 월 4만5천원이 더 들기 때문에 도저히 채산이 맞지않다는 계산이다.
서울시 제1지구 자동차 검사장 검사주임 신백현씨에 의하면 이렇게 정비를 해봤자 매연이 정화되는 기간은 겨우 3∼4개월뿐이고 그 기간이 지나면 다시 시꺼먼 매연을 내뿜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석달만에 10만원씩을 들여 정비를 되풀이 해야만 완전히 매연을 추방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불광동 제일여객 정비부장 방모씨(30)에 의하면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버스회사인 경일여객조차 한푼 두푼 정비비를 줄여 운영하다가 운행가동율이 7∼8회에서 5회로 떨어져 끝내는 금년 봄 사업허가를 취소당하는 판국에 목돈이 드는 매연방지대책을 영세업자들이 들어먹을 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매연단속에 걸려 운행을 정지당한 버스는 그리스통에 물을 반쯤 채우고 그 위를 수세미로 덮어 배기개스가 물을 거쳐 나오도록 만든 엉터리 정화기를 달고 서울시 제1지구 검사장에 나와 관계자들을 아연케했다.
차주들은 운전사들에게 『고갯길이고 평지고 간에 과속, 추월을 절대 하지말고 액셀러레이터를 기술적으로 조정, 매연단속을 피하라』고 지시, 정비는 커녕 눈가림교육을 시키기에 급급하다.
특히 검사주임 신씨에 의하면 매연버스를 아무리 붙잡아 정비검사를 시킨다고 하더라도 검사자체가 만능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매연에 걸려 검사를 받으러 올때는 조정기를 줄여 합격증을 받아쥐고 돌아서서는 다시 조정기를 열어놓는 악순환밖에 초래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매연방지를 위한 이같은 모든 처방이 바로 실천에 옮겨질 수 없는 현상은 결국 버스업계의 영세성 탓이며 기업화를 촉진하기위해 지입제를 금한 교통부고시 1111호가 자금의 영세성등으로 사문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입제를 막고 버스업을 대기업으로 끌어올리는 길만이 매연등 공해차량을 추방하는 지름길.
이에대해 운수행정당국은 ①최저선의 이익을 보장하고 ②승차권제의 법령화로 수입금 횡령을 막고 ③행정·재정적 지원을 해주어 주식공모의 길을 터야한다는 처방전만 되풀이할 뿐이다.
그때까지는 매연과 시민보건은 평행선을 달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매연추방의 고민이 있다는 것이다. <끝><김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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