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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나무가 우리 건강 지켜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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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의 효과를 만끽하려면 숲속에 1시간 이상 머물러야 한다. 숲속에서 가벼운 체조를 하면 삼림욕의 효과가 더 커진다. 사진은 환경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136포럼’ 회원들이 대관령 자연휴양림을 산책하고 있는 모습. [산림청 제공]

“목조 주택에서 살면 콘크리트 집에서 사는 사람보다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

일본에서 제기된 학설이다. 구체적으론 콘크리트 집에서보다 9년 더 장수한다고도 한다. 전통 목조 주택이 많은 일본 주거문화의 우수성을 은근히 자랑하는 뜻도 담겨 있다.

국립산림과학원도 최근 흰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3주일 간 한 그룹은 나무 상자에서, 다른 한 그룹은 콘크리트 상자에서 사육했다. 그 결과 나무 상자에서 태어난 쥐의 생존율은 85%로 콘크리트 상자에서 태어난 쥐(7%)보다 훨씬 높았다. 새끼 쥐의 체중도 나무 상자(11.5g)의 경우가 콘크리트 상자(5.1g)보다 2배나 됐다. 나무가 생명체에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식목일을 맞아 나무와 숲이 우리 건강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알아보자.

◆ 본능은 녹색을 원한다=우리 국민은 연중 5개월 반이나 녹색(숲과 나무)을 보지 않은 채 지낸다. 이를 전문용어론 '녹시율(綠視率)이 낮다'고 한다. 녹시율이 낮으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녹색을 찾게 된다. 같은 아파트라도 산이 보이는 쪽의 값이 비싼 '그린 프리미엄' 현상도 그 때문이다.

국민대 산림자원학과 전영우 교수는 "수술받은 환자가 숲을 바라보면 늘 벽면을 보는 환자보다 빨리 낫고, 항생제 부작용이 적은데다 병원에 대한 불만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또 "나무가 많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정서적으로 더 안정되고, 학업 성적이 높으며, 학교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사무실에서도 녹색 공간이 많은 곳이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사원들의 이직률이 낮고 직무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 집안에서도 삼림욕을=삼림욕은 숲에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산림과학원 강하영 박사는 "핵심물질인 피톤치드(phytoncide)는 살아 있는 나무.나뭇잎은 물론 목조 주택이나 가구.도마.마루 등 나무로 만든 모든 제품에서 발산된다"고 설명했다.

피톤치드는 나무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는 '산림향(나무 냄새)'이다. 피톤치드는 ▶유해 세균의 번식을 억제하고 ▶사람에게 쾌적한 느낌을 줘 심신을 이완시키며 ▶악취를 없애고 상쾌한 향을 낸다. 피톤치드는 잎이 넓적한 활엽수보다 소나무.참나무.나한백 등 침엽수에서 더 많이 나온다. '나한백으로 지은 집은 3년간 모기가 없다'는 말도 이래서 나왔다. 따라서 집안에 나무로 만든 물건이 많을수록 좋다는 얘기다.

◆ 나무는 천연 습도조절기=날씨가 더워도 실내 습도가 너무 높지 않으면 지낼 만하다. 이런 점에서 습도가 너무 높으면 습기를 빨아들이고, 너무 낮으면 내뿜는 목조 주택이 철골 구조의 주택보다 더 쾌적하다. 목조 주택의 방.욕탕에 곰팡이가 덜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용면적 25.7평(32평형)인 아파트의 경우 실내에 원목 상태의 목재 1㎥를 두면 가장 상쾌한 실내 습도(60~70%)를 유지할 수 있다. 산림과학원 목재보존연구실 이동흡 박사는 "소나무.전나무.잣나무 등 침엽수종으로 만든 벽면.마루.파티션은 습도 조절은 물론 체내 해독효소(치토크롬 P450)의 활성화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표면적이 큰 천연 목재 가구를 방안에 두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는 것이다.

반면 페인트.니스 등으로 덧칠한 목재 가구는 호흡 작용이 사라져 수분 조절을 하지 못한다. 또 환기가 잘 안되는 붙박이장 안엔 라돈과 같은 유해물질이 쌓여 있을 수 있다.

◆ 방음 효과도 탁월=목조 주택이나 목재로 만든 가구가 많은 가정은 소음 공해에 덜 시달린다. 콘크리트.시멘트는 소음을 반사한다. 그래서 외부에서 들어온 소음이 실내에서 울리기도 한다. 이에 비해 나무는 소음을 흡수해준다.

나무는 또 초고음역의 소리(20~30㎑)를 기분 좋은 알파(α)파로 바꿔 준다. 폭포수가 떨어지는 소리, 가을철 풀벌레 소리가 다소 크더라도 소음이 아닌 자연의 정겨운 소리로 들리는 것은 이들이 알파파이기 때문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 피톤치드의 건강 효과

▶세균 번식 억제:공기 중에 떠다니는 잡균은 물론 식중독균, 모기, 집먼지 진드기가 그 대상이다. 생선회를 써는 도마를 소나무로, 위스키 술통을 참나무로 만드는 것은 식중독균의 번식을 막기 위해서다. 가정의 마루를 카펫에서 참나무 마루로 바꾸면 아토피성 피부염, 알레르기성 천식 등 알레르기 질환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참나무의 피톤치드가 집먼지 진드기의 번식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심신 이완:마음이 안정되면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대신, 면역력은 강화된다. 따라서 밤에 잠을 잘 못 이루거나, 혈압이 높거나, 평소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사람에겐 삼림욕이 권장된다. 국내 연구진이 흰쥐에 전기자극으로 스트레스를 가한 뒤 각종 나무의 피톤치드를 쏘인 결과 스트레스가 크게 완화된 것으로 밝혀졌다. 스트레스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를 나타내는 스트레스 완화율은 25(소나무)~70(편백)%에 달했다.

▶상쾌한 향기 제공:사람이 쾌적하게 느끼는 향의 농도는 10~100ppb(ppb는 10억분의 1). 이보다 농도가 높으면 오히려 역효과다. 나무는 단단한 세포 조직을 갖고 있어 향이 조금씩 서서히 방출된다. 따라서 산림향.나무향을 맡고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 산림청의 산림수목원

홍릉수목원(서울) 02-961-2525, 국립수목원(경기 포천) 031-540-2000, 서울대공원식물원(경기 과천) 02-500-7804, 강원도화목원(강원 춘천) 033-243-6012, 천리포수목원(충남 태안) 041-672-9310, 충남금강수목원(충남 공주) 041-850-2612, 미동산수목원(충북 청원) 043-220-5581, 완도난대수목원(전남 완도) 061-552-1544, 대아수목원(전북 완주) 063-243-1951, 경상남도수목원(경남 진주) 055-754-7969, 대구수목원(대구) 053-422-1191, 내연산수목원(경북 포항) 054-262-6110, 제주관광식물원여미지(제주) 064-738-3828, 제주한라수목원(제주) 064-746-4423

*** 아파트에선 이런 나무를 키워보자

▶벤자민

▶초보자

-벤자민.고무나무:실내에서 잘 자람. 물을 제때 안 줘도 비교적 잘 생존.

-백서향:꽃이 예쁘고 향기가 좋음.

-돈나무:실내에서 3~4월에 개화.

-동백나무:다양한 품종. 선택의 폭이 넓음.

*초보자는 재배가 쉬운 상록 활엽수가 바람직

▶중급 경험자

-철쭉나무:꽃이 예쁘고 품종이 다양.

-탱자.유자나무:열매가 달려 기르는 맛이 있음.

-호랑가시나무: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흔히 쓰이는 빨간 열매가 달리는 나무. 봄엔 꽃을, 겨울엔 빨간 열매와 잎을 즐김.

-차나무:찻잎을 따서 달여 마심.

-인동.큰꽃으아리:덩굴나무의 일종. 덩굴이 화분에서 감고 올라감.

[자료:국립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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