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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고용, 좋긴 한데 돈은 … 박원순 비정규직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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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서울시 전화상담 서비스인 ‘120 다산콜센터’ 직원들이 26일 파업에 돌입한다. 기본임금 20% 인상과 서울시의 공무직(무기계약직) 직접고용 등이 핵심 요구사항이다. 다산콜센터는 MPC·KTcs·효성ITX 등 3개 업체가 서울시로부터 매년 19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한다. 서울시 측은 다산콜센터 소속 상담사 490여 명 중 150명이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진영 희망연대노조 사무국장은 “월급 4만원 인상을 사측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이달 30일부터는 전면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파업이 시작되면 서울시는 소속 공무원들이 상담전화를 받게 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다산콜센터의 파업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노동정책을 시험대 위에 올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서울시는 올 10월에 나올 연구용역 조사보고서 결과에 따라 다산콜센터 직원들의 직접고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다산콜센터 업무가 서울시 소관 업무인 걸로 결과가 나오면 직접고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다산콜센터 직원만을 직접고용할 경우 다른 위탁업체와의 형평성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 서울시는 목동·노원집단에너지 공급사업, 청소년수련관 등 행정사무 343건을 민간에 위탁해 처리하고 있는데 이들 업체 종사자만 1만3000명에 이른다. 예산은 1조 70억원에 달한다. 다산콜센터 직원들을 직접고용할 경우 다른 사업장의 같은 대우 요구가 연쇄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고민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박 시장은 취임 4개월 만인 지난해 3월 1차 정규직 전환대책을 발표했다. 당시 서울시 소속 비정규직 1133명의 신분을 무기계약직으로 바꿔 사실상 정규직화한 전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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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2차 대책에선 그 폭을 더욱 키웠다. 서울시의 용역업체에 고용된 비정규직 6231명을 직접고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까지 서울메트로 등에 소속된 청소노동자 3312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내년부터는 시설·경비업무 등에 종사하는 2045명의 정규직 전환도 시작된다.

  서울시의 정규직 전환정책은 공공기관이 앞장서 고용안정성을 높인 사례라는 평가도 받지만 부작용도 적잖이 나타나고 있다. 늘어나는 비용도 그중 하나다. 서울시 산하기관·단체를 빼고 서울시 소속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만 총 77억9000만원이 들어갔다. 서울시 측은 “정규직 전환으로 인건비(658억원→765억원)는 늘었지만 용역업체에 지급하던 운영비용 등이 줄어 53억원의 예산이 절감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예산 절감은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조차 “단기적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노조 결성과 임금 협상을 거쳐 인상폭이 커지면 예산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대 홍성걸(행정학과) 교수는 “정규직 전환은 필요하지만 충분한 재원 마련 없이 추진할 경우 재정에 문제가 생겨 다시 구조조정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안효성 기자

◆직접고용·간접고용=직접고용은 고용 계약업체와 실제 근무업체가 일치하는 고용형태다. 계약업체와 근무지가 다른 간접고용과 대비된다. 정규직 전환 전의 서울메트로 청소노동자들은 서울메트로에서 일했지만 고용계약은 민간 용역업체와 맺고 있어 간접고용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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