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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바닷물 공포 현실로 … 후쿠시마 오염도 급상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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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24일 일본 후쿠시마현 나라하에서 인부들이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나뭇잎·쓰레기 등 폐기물을 옮기고 있다. 나라하는 후쿠시마 제1원전 반경 20㎞ 내에 있어 출입을 금지해 왔다. 2011년 3월 원전 사고 이후 발생한 대부분의 방사능 오염물은 저장 공간 부족으로 도로와 빈 창고 등에 쌓여 있는 실정이다. [나라하 로이터=뉴스1]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유출로 원전 주변 바닷물의 방사능 농도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쿄전력은 23일 “제1원전에서 약 500m 떨어진 항만 입구에서 지난 19일 채취한 바닷물의 방사능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방사성 트리튬(3중 수소)의 농도가 L당 68베크렐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른 지점 4곳의 트리튬 농도도 52~67베크렐에 달했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12일 측정한 수치에 비해 1주일 사이 8~18배로 높아진 것이다. 1~3호기 주변의 지하수 오염으로 감시가 강화된 지난 6월 이후 최고의 수치이기도 하다.

 트리튬 외에도 몸 안에 들어가면 뼈에 축적돼 골수암·백혈병 등을 일으키는 반감기 29년의 방사성 물질인 스트론튬도 바닷물에서 대량 검출됐다.

 도쿄신문은 “이번에 300t 이상의 방사능 오염수가 유출된 탱크 바로 하류 지점에서 세슘(반감기 30년)은 거의 검출되지 않았지만 스트론튬은 L당 200~580베크렐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항만에서 측정된 수치는 결국 원전 단지 내 탱크에서 새어나온 방사능 오염수가 배수구를 타고 그대로 바다로 흘러나간 것을 실증적으로 입증한다”고 분석했다.

 도쿄전력은 “오염수가 흘러나간 저장탱크는 동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인 2011년 6월 다른 곳에 설치됐다가 해당 장소가 지반 침하를 일으키는 바람에 해체하고 현 위치로 옮겨진 것”이라며 “비슷한 시기 이설했던 나머지 저장탱크 2곳의 오염수를 퍼내 다른 탱크에 담아놓을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한편 아사히(朝日)신문은 “탱크의 오염수 유출보다 훨씬 심각한 것은 1~3호기 주변의 오염 지하수가 직접 바다로 흘러나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전력은 오염 지하수의 바다 유출을 막기 위해 1~2호기 사이의 땅 밑에 지하 차단벽을 만들었지만 오염수의 수위가 높아지는 바람에 차단벽 위를 넘어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이에 도쿄전력은 지난 23일 오염수의 수위를 낮추기 위해 진공 펌프를 사용, 부지 내 28곳에서 하루 최대 70t의 지하 오염수를 퍼올리기 시작했다. 신문은 “ 도쿄전력은 원자로 건물 갱도 내에 쌓인 초고농도의 오염수가 하루 10L가량 직접 바다로 유출되고 있을 가능성도 시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식약처 “스트론튬은 검사 제외”=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6월부터 일본산 수입 수산물에 대해 일본 정부와 똑같은 기준(1㎏당 방사성 세슘 100베크렐 이내)을 적용하고 있다. 국내 방사성 물질 허용기준치는 세슘 370베크렐(Bq/kg), 요오드 300베크렐(Bq/kg)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인 2011년 3월부터 현재까지 국내로 들어온 수산물 가운데 방사성 세슘·요오드가 검출된 건은 총 131건, 약 3011t 정도다. 농산물·축산물·가공식품 등에서는 아직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바 없다. 식약처 관계자는 “방사능 검출량이 모두 기준치 이내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스트론튬과 같은 방사성 핵종에 대해서는 따로 검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 스트론튬을 검출하는 데는 최소 6주가량의 시간이 걸려 수산물에 이런 검사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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