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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인구 급증에 기능제품 수요 늘어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지난 1960, 70년대 한국의 주력수출 상품이었던 가발이 부활하고 있다.

한국가발협회에 따르면 국내 가발 시장은 지난해 말 3000억원 규모로 2004년(1000억원)의 3배 수준으로 커졌다. 이는 국내 업체들이 꾸준한 기술 개발로 인조 가발 등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탈모 인구 역시 가발의 제2 전성기를 가져왔다. 가발업체 하이모의 박초희 종로지점장은 “탈모 하면 40, 50대 아저씨만의 일이라고들 많이 생각했는데 이제는 20대는 물론 10대까지도 가발을 사러 온다”고 말했다. 공부나 취직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탈모증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국내 가발 시장은 현재 50, 60대의 가발 장인이 이끄는 영세 중소기업들과 하이모·밀란으로 분류되는 전문기업으로 나뉜다. 최근 추세는 인조 가발이지만 얼마나 진짜 머리털과 비슷한 질감의 자연스러운 가발을 만들어내느냐가 관건이다. 국내 선두 기업인 하이모는 최근 3D 스캐너로 개인마다 고유한 두상과 탈모 진행 정도를 파악하는 버추얼 헤어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 시스템으로 가발을 제작하는 맞춤형 형상기억모발 신상품 ‘넥사트모’를 출시했다. 또 다른 가발 업체인 밀란도 인공 두피의 두께를 0.03mm까지 줄여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초극박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80년대 해외 아프리카 케냐로 생산기지를 이전한 사나기업은 모발이 두피를 파고드는 아프리카 여성들의 특성을 살린 가발을 생산해 현재 에티오피아·잠비아·우간다까지 공장을 운영하며 동아프리카 가발 시장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가발협회 박치형 이사는 “한국 기업 제품이 현재 전 세계에서 유통되고 있는 가발의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가발 재료의 자체 생산도 속속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가발 원사 생산업체인 ㈜우노앤컴퍼니는 일본 업체들이 지난 수십 년간 독점해오던 폴리염화비닐, 난연 폴리에스터 원사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가발은 이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구레나룻 가발부터 앞머리 가발, 당고머리 가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패션 아이템으로 유행하고 있다. 김찬월가발 서울역점의 관계자는 “최근 3, 4년 전부터 고객이 크게 늘고 있는데 암치료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환자들을 위한 항암가발이나 빈모·무모증 여성들을 위한 음모 패드와 같은 기능성 제품까지 생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성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 s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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