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업체들 귀환, 익산 보석 다시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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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얼리 단지에 들어설 R&D센터 조감도.

전북 익산시는 ‘귀금속·보석의 도시’라고 한다. 1975년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정된 귀금속보석가공수출단지는 1980년 대 초 150여 개의 입주업체 직원이 3700여 명이었다. 간접 고용을 합쳐 관련 종사자가 1만2000여 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80년 대 중반 귀금속제품 수출입 자유화로 전국 어디서든 귀금속 가공 및 수출이 가능해졌다. 게다가 88 서울올림픽 이후 경제 급성장으로 인건비가 상승하자 90년대 들어 업체들이 중국으로 빠져나갔다. 지금은 영세한 117개 업체에서 고작 358명이 일하고 있다.

 익산의 귀금속보석산업이 바닥을 치고 오름세로 돌아서고 있다. 임금이 낮은 중국으로 나갔던 패션 주얼리(Fashion jewelry·액세서리류) 기업들의 국내 U턴 덕분이다.

22일 익산 귀금속보석가공단지의 한 업체에서 이한수 익산시장(뒷줄 오른쪽)이 업체 대표로부터 주얼리 제품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프리랜서 오종찬]

 박정배 익산시 한류패션지원과장은 “삼기면 익산 제3지방산업단지 안에 확보한 주얼리단지(17만8619㎡)에 다음 달 9개 업체가 각각 건축 연면적 430~1866㎡의 공장을 착공한다”고 22일 밝혔다. 10월 3개, 11월 1개 회사가 공사에 들어가는 등 내년 상반기까지 23개 업체가 착공한다고 했다.

모두 중국에서 오는 기업들이다. 23개 업체에서 일할 인원은 약 3000명이다. 2단계로 2015년까지 30개를 추가로 끌어들이는 등 장기적으로 총 350개 업체를 유치할 계획이며, 이미 199개가 의향서를 냈다. 성공할 경우 연매출 9000억원, 직·간접 고용효과 10만 명이나 된다. 지난달 말 현재 익산시 인구는 약 30만6836명이다.

 중국 칭다오(靑島)는 주얼리산업 종사자가 20만 명에 가깝고 한국인 투자기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제품의 80%를 미국에, 20%를 유럽에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인건비가 계속 오르고 3D 현상으로 인력 조달이 힘들어지는 등 기업 여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박수열 대신상사 대표는 “한·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무(無)관세와 U턴 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 등을 감안하면 한국이 낫다고 판단해 국내 복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중국에서 40명을 고용해 준보석을 가공하고 있다. U턴 업체들은 익산을 선호한다. 귀금속산업 인프라를 이미 갖추고 기술인력이 많으면서 땅값이 싸고 교통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익산시는 U턴 기업 유치를 위해 주얼리단지 안에 지난달부터 건축 연면적 5472㎡ 공동 연구개발(R&D)센터를 짓고 있다. 국비 117억원 등 178억원을 투자하며, 업체들이 공동 사용할 수 있는 도금·폐수처리시설과 장비도 갖춘다. 시는 또 내년부터 120억원을 들여 집적산업센터를 1만㎡ 규모로 지어 소규모 업체들에 임대할 방침이다.

 이한수 익산시장은 “주얼리산업은 노동집약적이라 일자리 창출효과가 매우 크다. 또 고용시장 취약계층인 주부·노인·장애인과 다문화 이주여성들도 할 수 있는 단순 공정이 많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해외 진출 기업이 집단 U턴하는 첫 사례이며, 성공하면 신발·전자 등 다른 산업의 국내 복귀를 촉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복귀 기업들에 대해 입지 투자금의 35%, 설비 투자금의 10%를 지원한다. 법인세 소득세를 5년간은 100% 감면하고 이후 2년간 50% 깎아 준다. 기자재 수입 때 관세를 2억원까지 면제한다. 또 최대 20명에 대해 1인당 720만원씩 1년간 인건비를 보조하고 일부 중국인 채용도 허용한다.

글=이해석·권철암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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