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선발권 뺏는 건 자사고 죽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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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015학년도 고교 입시부터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학생 선발권을 없애려는 교육부 방침에 자사고 교장들이 정면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자사고연합회는 21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부가 추진하는 ‘일반고 살리기’의 내막은 자사고 죽이기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지난 13일 일반고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현 중 2가 고교에 입학하는 2015학년도부터 서울 등 39개 평준화 지역 자사고는 성적 제한 없이 ‘선(先) 지원 후(後) 추첨’으로 학생을 뽑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의 경우 현재는 중학교 내신 상위 50% 안에 드는 학생만 지원할 수 있다. 서남수 장관은 당시 브리핑에서 “어떤 식으로든 학생을 선발하게 되면 성적 서열화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40명의 교장들은 “교육부 정책이 일관성이 없다”고 성토했다. 배재고 김용복 교장은 “일반고 슬럼화는 2000년대 초반부터 벌어진 일이다. 일반고였던 우리 역시 그런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자사고로 전환했다. 그런데 일반고 붕괴의 책임이 마치 생긴 지 4년밖에 안 된 자사고에 있는 것처럼 몰아가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전북 익산시 남성고 박영달 교장은 “교육부는 자사고의 선발권을 뺏고 고교 무상교육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하려고 한다. 똑같은 학생을 가르치는데 자사고에만 불이익을 주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자사고의 선발권을 박탈한다고 해서 일반고가 살아날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가람고 백성호 교장은 “서울에서 한 해 자사고에 입학하는 학생이 6600명(일반전형 기준)인데 이 학생들을 모두 일반고에 배정한다고 해도 한 학교당 30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을 일반고로 보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자사고연합회는 보수 성향의 교육단체들과 함께 교육부 방침 철회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기로 했다. 중동고 김병민 교장은 “선발권만 유지된다면 우리도 성적 제한을 폐지하고 입학사정관제 등을 통해 학생을 뽑겠다”며 “다양한 인재를 키우려면 어떤 식으로든 선발권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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