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국감 유야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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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012년 2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선 홍재형 국회부의장의 사회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표결이 시작됐다. 여야 합의로 올라온 개정안의 취지는 9월 정기국회에서 진행하던 국정감사를 정기국회 이전으로 앞당기는 것이었다. 표결 결과 166명이 투표해 164명이 찬성했다. 9월 정기국회에서 예산안 심사와 국정감사를 같이 하다 보니 둘 다 부실해진다는 비판에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일단 여야는 국정감사는 9월 정기국회 이전인 8월까지 끝내고, 9월엔 예산안 심사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이 법안은 유야무야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9월 이전 국감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올해 국정감사는 정부조직 개편안의 늑장 통과 여파로 늦춰졌다. 여야는 올 초부터 정부조직 개편안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다 개편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52일 만인 지난 3월 22일에야 법안을 처리했다. 더욱이 국정원 국정조사를 둘러싼 공방 속에 민주당의 장외투쟁까지 겹치면서 국감 일정조차 잡혀 있지 않은 상태다.

 유일호 새누리당 대변인은 20일 “애초 민주당이 무리하게 국정원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바람에 국정감사를 할 8월 국회가 제대로 가동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민주당으로 화살을 돌렸다. 반면 정호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원래 민주당에선 법안대로 국정감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었지만 새 정부 출범이 늦춰진 점을 감안해 국정감사 일정을 조정해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국감은 새누리당 경선(8월 20일 후보 선출)과 민주당 경선(9월 16일 선출)이 모두 마무리된 뒤인 10월 5∼24일에야 실시됐다. 심도 깊은 예산안 심사를 위해 국정감사를 당기자는 법안까지 만들었던 바로 그해부터 법안의 내용을 실천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9월 이전에 국감을 하지 않아도 불법은 아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법안을 바꾸면서 ‘여야 합의로 정기국회에서 실시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아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산안 심사의 집중도가 떨어진다며 스스로 법안을 바꿔놓고도 한 차례도 ‘9월 이전 국감’을 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선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는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사는 국회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라며 “이를 위해 국회가 생산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하고도 각 당의 정치적 이해 속에 스스로 이를 뒤집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병건·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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