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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금강산관광 재개 의욕 … 이산상봉과 연계 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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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을지연습 첫날인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지하벙커인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상황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3월 8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장교합동임관식에 참석한 뒤 돌아와 이곳 지하벙커에서 북한군 동향과 우리 군 대비 태세를 보고받은 적이 있으나 NSC 회의를 주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왼쪽부터 류길재 통일장관·정홍원 국무총리·박 대통령·윤병세 외교장관·김관진 국방장관. [사진 청와대]

“오늘 귀측에 전달할 사항이 있으니 연장근무를 요청한다.”

 판문점(경기도 파주)에 파견된 통일부 연락관은 19일 오후 4시 남북 직통전화 마감통화에서 북측에 이런 입장을 알렸다. 우리 측이 먼저 업무 연장을 요청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이 오는 22일 열자고 제안해 온 금강산 관광 재개 당국회담에 대한 정부의 결정이 통보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6시를 넘겨 북측에 전달된 건 “입장이 정리되면 통보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명의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앞으로 보낸 통지문치고는 알맹이가 없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북한에 대해 김 빼기 식 신경전을 펼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통일부는 대한적십자사 명의의 통지문도 동시에 전달했다.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회담(23일)을 북한이 제안한 대로 금강산이 아닌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자는 내용이었다. 하루 전 언론에 브리핑한 내용을 굳이 마감시간을 넘겨서까지 기다리도록 한 뒤 북한에 보내야 했느냐는 지적이 정부 안팎에서 제기됐다.

 남측의 연장근무 요청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북한으로선 실망스러운 통보였을 것으로 보인다. 통지문을 받은 북측은 지난 14일 7차 당국회담에서 합의된 개성공단 공동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북측 문안을 우리 측에 내밀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우리가 20일께 북한에 위원회 구성안을 보낼 생각이었는데 북한이 더 적극적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당분간 개성공단 정상화와 추석 이산상봉을 두 바퀴로 남북관계를 끌고 가겠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북한이 상봉 논의 하루 전인 오는 22일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를 논의할 당국회담도 갖자고 제안(18일 조평통 담화)해 오자 고민에 빠졌다.

 북측이 관광 재개 협의를 상봉과 연계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일단 금강산 관광 논의는 뒤로 미루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북한이 상봉 판을 깨지 않도록 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종입장은 20일 북측에 통지될 예정이다.

 북한은 19일 시작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합동 군사연습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비난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개성공단 재가동 합의 등 모처럼 훈풍이 불자 분위기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3월 한·미 훈련 때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직접 ‘핵찜질’과 ‘벌초’ 등 대남 위협발언을 쏟아내던 것과 확 달라졌다는 얘기다.

 우리 당국자는 “훈련의 핵심 일정이 22일 끝나는 점을 고려해 23일 이산상봉 회담을 제안했는데, 북한은 22일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을 추가 제안해 왔다”며 “군사연습과 무관하게 남북협의의 속도를 올리겠다는 북측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추석 전후 이산가족 상봉 제안에 대해 “북한이 적극 수용해서 이것을 계기로 앞으로 남북관계가 더욱 발전돼 나가길 바란다”며 “통일부에서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청와대 지하벙커 대회의실에서 을지 국무회의와 일반 국무회의를 연이어 주재한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와 관련해 “그동안의 남북관계를 살펴보면 약속이 없어서가 아니라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신뢰가 무너지곤 했다”며 “앞으로 남북이 서로 약속을 지키고 이행해서 신뢰를 쌓아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개성공단 실무회담의 합의를 새로운 남북관계의 출발점으로 삼아서 잘 관리해 나가 앞으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고 남북한이 공동발전을 이루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영종·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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