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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공원 안전 사각지대 많아 … "마음 놓고 놀 수가 없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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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설치된 공원 내 벤치에서 한 남성이 술을 마시고 있다.
2 버려진 의자가 오랜 시간 방치돼 있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천안지역 어린이공원의 안전·시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이 도심 속 공원에서 걱정 없이 마음껏 뛰어 놀아야 하지만 부모들은 불안함을 감출 수가 없다. 무엇보다 안전을 우선으로 삼아야 할 어린이공원이지만 방범에 있어서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방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은 곳이 대부분인 데다 그나마 설치된 곳도 사각지대가 많아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 시청 산하의 부서가 따로 관리하다 보니 안전·시설관리 일원화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천안시 성정동에 사는 김유진(33·가명)씨는 얼마 전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자 무더위를 잊기 위해 4살 난 아이와 집 앞 어린이공원에 갔다가 불안한 마음만 안고 돌아온 뒤로 야간시간에는 어린이공원 찾지 않는다.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는 한 곳에서는 삼삼오오 모여 학생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벤치에는 낯선 남자가 술을 마시며 주정을 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봉명동에 사는 조덕진(40·가명)씨 역시 공원에 대해 실망이 크다. 주변 어린이공원에서 아침 저녁으로 운동을 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시설도 없는 데다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근처 헬스장으로 운동을 다니고 있다. 김유진씨는 “아이들이 걱정 없이 놀 수 있는 곳이 그나마 주변에 있는 어린이공원인데 밤도 아닌 대낮에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있어 늘 불안한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3 어린이 공원에 설치된 CCTV가 나뭇가지에 가려져 제 구실을 다 못하고 있다.

대낮부터 공원 벤치서 술 마시는 사람들

주민과 어린이를 위한 도심 속 어린이공원이 제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공원이 쉼터가 아닌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곳은 폐쇄해야 한다며 입을 모은다.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30년 넘도록 공원으로 지정됐지만 사실상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18일 오후시간 천안시 성정동의 한 어린이공원. 대낮에도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적했다. 한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놀이터를 찾았다가 10분도 안돼 공원을 빠져 나간 게 전부였다. 나무그늘 아래 벤치에는 허름한 옷차림을 한 남성이 소주와 막걸리 병을 옆에 두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반대편 정자에는 노인들이 웃옷을 벗고 옹기종기 모여 화투를 치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간혹 공원을 찾은 주민들은 이 같은 광경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린 채 공원 밖으로 사라졌다.

나뭇가지에 가려진 성정동의 한 어린이 놀이터 모습.

시설 관리도 엉망이었다. 농구대가 설치된 곳은 풀밭인지 농구장인지 구별하기 힘들었고 농구대 일부는 파손된 채 방치되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의자와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방범을 위한 CCTV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같은 시각 인근 봉명동의 한 초등학교 뒤편에 자리한 어린이공원도 사정은 마찬가지. 학생들의 흡연 모습과 술병, 각종 쓰레기 등을 쉽게 볼수 있었다. 이곳 역시 CCTV는 없었다. 그나마 농구장과 놀이터 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CCTV까지 설치된 어린이공원이 주변에 있어 주민들이 주로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CCTV가 놀이터 위주로만 설치돼 있어 촬영이 안 되는 사각지대가 많았고 시야에 들어오더라도 나뭇가지에 걸려 촬영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105곳 어린이 공원 중 26곳만 CCTV 설치

천안지역에는 모두 105곳의 어린이공원이 도심 속에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26곳에만 CCTV가 설치돼 있다. 그나마 불과 2~3년 전인 2011년과 2012년 설치된 것이 전부다. 공원 관리도 시청 산하의 각 부서가 따로 맡다 보니 전반적인 공원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CCTV의 경우 학교 주변이나 길가에 설치된 CCTV는 각 구청 교통과에서 맡고, 시설관리는 회계과에서 맡아 진행하고, 읍면동 자체에서 설치한 CCTV는 해당 주민센터가 담당하고 있다. 또 전반적인 공원 관리는 산림녹지과에서 맡고 있지만 방범용 CCTV는 재난안전관리과에서 맡고 있다. 이처럼 관리체계가 일원화 되어 있지 않고 산재해 있다 보니 적극적으로 나서 공원 관리에 신경을 쓰는 곳은 많지 않다.

천안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청소를 수시로 하고 우범지대는 민원이 들어올 경우 경찰과 협의해 순찰 강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안전을 포함한 시설 전반에 대한 공원관리가 쉽지 않다 보니 주민들의 불만이 많은 것 같다”며 “경찰과 지속적으로 협조해 순찰강화는 물론 10억원의 예산을 확보한 만큼 나머지 어린이공원 35~40개소에 대해 CCTV설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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