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린이를 돕자] 지도층 모임 '로터리클럽'도 나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북한 핵문제와 대북 송금 파문 때문에 모금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굶어죽는 북한 어린이들을 어떻게 방치할 수 있습니까. 4만6천명 회원을 대상으로 '1인 1천원'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로터리클럽 원동혁(元東赫.66.오일코퍼레이션 대표)총재는 중앙일보와 한민족복지재단(이사장 최홍준.부산 호산나교회 목사)이 함께 펼치고 있는 '북한 어린이 돕기 2003 운동'에 참여하게 된 동기를 이렇게 밝혔다.

우리 사회의 지도급 인사들의 모임인 한국로터리클럽이 북한 어린이 돕기에 발벗고 나섰다.기업인.의사.변호사.교수 등 회원 구성원의 평균연령이 50대이기 때문에 비교적 보수적 색체가 강한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2003 운동'에 적극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그러나 이 운동에 참여하기까지 내부적인 진통을 겪은 것도 사실이다. 지난 8일 북한 어린이들에게 보낸 양말 25만켤레를 元총재가 운동본부에 기증하기에 앞서 양말 견본을 17개 지구 책임자들에게 보여주자 일부에서 "양말이 북한 군인들의 몫으로 돌아가면 어떡하느냐"며 전달 과정에 우려를 표시했다.

元총재가 이에 대해 "이른 시일 내에 운동본부 관계자들과 함께 북한을 방문해 전달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하자 납득했다고 한다.

또 다른 간부는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지 않느냐"며 "시기를 잘못 선택했다"고 연기를 주장했다. 그러나 지원 대상이 영양실조로 고통을 당하는 어린이들이고, 현금 대신 물자를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다수 인사는 '2003 운동' 참여에 기꺼이 동의했다고 한다.

元총재가 북한 어린이 돕기에 앞장서게 된 것은 2001년 7월 북한 방문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북한 어린이들은 나이에 비해 키가 너무 작았어요.먹지 못해 성장이 멈춰버린 것이지요. 피부가 까칠하고 병색이 완연한 어린이들을 보고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언젠가 통일이 됐을 때 이들이 '우리가 굶주릴 때 왜 도와주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을 것 같았어요."

회원 1인당 1천원씩 내는 것에 대해 元총재는 "북한 핵과 대북 송금 파문 때문에 회원들이 최소한의 성의를 표시한 것"이라며 "앞으로 상황이 좋아지면 더 큰 규모로 대북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로터리클럽은 오는 27일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는 '북한 어린이 돕기 2003 후원의 밤' 행사 때 1차 모금액 3천만원을 운동본부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동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