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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해외칼럼

군부 민주주의는 환상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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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안 부루마
미국 바드대 교수

이집트 상황은 현재 악화일로다. 쿠데타 지도자 압델 파타 알시시 장군은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축출에 항의하는 무슬림형제단에 초강력 대응하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군부의 발포로 지난 14일 시위대 638명이 숨지고 4201명이 다쳤으며 16일 ‘분노의 금요일’ 시위대도 173명이 사망하고 1330명이 부상했다-역주) 이미 지난 7월에도 무슬림형제단의 평화 시위에 보안군이 두 차례 발포해 200명 가까이 숨졌다. 게다가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시대에 고문으로 악명 높았던 비밀경찰이 2011년 혁명 이후 처음으로 재건 중이다.

 이런 상황은 민주적이지도 자유주의적이지도 않다. 그럼에도 많은 이집트인이 이를 지지했다. 저명 민주주의 운동가인 에스라 압델 파타는 무르시의 정당에 대해 “외국인의 지지를 받는 테러리스트 무리”라고 비난했다. 군 지도부도 같은 말을 하면서 특별 조치, 초강력 대응, 보안부대의 부활은 “테러리즘과 싸우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포함한 외국 정부들은 이집트 사태를 외면해왔다. 버락 오마바 대통령 행정부는 이집트에서 일어난 일을 “쿠데타”로 부르기를 거부해왔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심지어 군부가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물론 무르시 정권은 경험이 없었고 무능력할 때가 많았으며 지지자가 아닌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데 관심이 거의 없었던 게 사실이다. 이들은 자유주의자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하지만 무르시 지지자들은 외국 지원을 받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무르시는 이란의 이슬람혁명 지도자 아야툴라 호메이니의 ‘이집트 버전’이 아니다.

 무르시에게 권력을 안겨준 선거는 소외된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정치적 목소리를 부여했다. 대부분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했으며 종교적으로 독실한 수백만 이집트인 말이다. 이들 중 많은 사람의 의견, 예컨대 여성의 역할·섹스·공적생활에 대한 (보수적인) 생각은 세속주의적 자유주의자들의 혐오를 부른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의 목소리를 힘으로 침묵시키고 이들을 외국 지원을 받는 테러리스트라고 부르는 행위가 가져올 결과는 더 많은 폭력밖에 없다. 민주선거의 결과가 존중받지 못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견해를 들어줄 다른 수단을 찾게 마련이다. 무르시의 독재적 경향이 민주주의를 훼손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랬다고 그를 쿠데타로 축출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치명타를 가하는 행위다.

 개발도상국에서 세속적이고 다소 서구화된 도시 엘리트와 가난한 농촌 주민 사이의 간격을 어떻게 좁힐 것인가 하는 문제는 오래된 과제다. 해결책의 하나는 가난한 사람들과 그들의 종교 조직을 억눌러 세속적 근대화를 강제하는 것이다. 이집트는 이미 세속적 경찰국가의 가혹한 통치를 경험했다. 좌파와 우파 경찰국가를 모두 겪었다.

 또 다른 해결책은 민주주의에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러려면 공적 생활에서 어느 정도 종교적 표현을 허용하는 게 필수다. 중동에서 이슬람을 고려하지 않는 민주주의는 결코 작동할 수 없다. 하지만, 자기와 다른 견해나 신념을 표현할 자유가 없다면 민주주의는 비자유주의적인 이념으로 남을 것이다. 자유주의는 이슬람 정당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많은 이슬람주의자는 사실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보다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를 선호할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주의를 진정으로 옹호하는 자유주의자라면 이슬람주의자들도 정치적 역할을 할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자유주의적 독재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 무르시를 축출한 군사 쿠데타를 칭송하는 것은 이 같은 회귀의 가능성을 크게 하는 행위다. ⓒProject Syndicate

이안 부루마 미국 바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