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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번 가봐요] 천안 자연누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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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광덕면 원덕리의 자연누리성은 3만3057㎡(1만평)의 분지 위에 연잎이 가득한 연못과 무궁화원, 야생화가 함께 어우러진 테마공원이다.

무학산 밤나무골에서 흘러내리는 계곡 물소리가 청아하다. 키 작은 질경이가 푹신하게 깔린 느티나무 숲길을 지나 백련지로 향하는 길. 분홍 먹물을 머금고 하늘을 향해 이제 막 붓질을 하려는 듯 사뿐히 흔들리는 홍련의 꽃봉오리는 소나기 지나간 후 더욱 처연하고 아름답다. 여름 내내 연꽃 향기가 그윽하게 머물러 있는 천안 자연누리성으로 떠나보자.

천안 광덕면 원덕리의 자연누리성은 천안과 공주의 경계인 차령고개 길에 자리잡고 있다. 무학산 기슭으로 3만3057㎡(1만평)의 분지 위에 연잎이 가득한 연못과 무궁화원, 야생화가 함께 어우러진 테마공원이다.

연꽃들 사이로 붉게 핀 홍련이 관람객들을 배웅하고 있다.

자연누리성의 유경상(66)대표는 30여 년 전 자연 농원을 구상하며 전국을 돌아다니던 중 현몽을 꾼 후 이곳에 터를 잡았다고 한다. 작은 폭포가 흐르는 꿈속의 풍경과 꼭 맞아 떨어진 장소를 발견하고 땅을 사들여 가꾸게 된 것이 지금의 자연누리성에 이르게 됐다. 봄에는 아름드리 목련과 벚꽃, 5만주가 넘는 연산홍이 붉게 피고 여름에는 백련지를 하얗게 수놓는 연꽃으로 장관을 이루며 가을에는 구절초 군락지로 관람객의 발길이 꾸준하게 이어지는 곳이다.

 자연누리성의 입구에 들어서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이 펼쳐진다. 분경 재료로 쓰이기 위해 충북 제천에서 공수해 온 크고 작은 석회암들이 가지런히 놓인 길을 지나면 삽목(꺾꽂이)으로 성공한 무궁화가 가득 피어 눈을 즐겁게 한다.

자연누리성의 대표적인 볼거리는 백련지와 보궁지다. 농기구를 포함해 수레와 물레, 이승만 대통령의 유품까지 관람할 수 있는 민속품 전시장을 둘러 본 후 오른쪽 산길로 접어들면 함지박에 심겨져 군락을 이룬 홍련밭을 지나 보궁지(寶宮池)에 이른다. ‘보배로운 궁궐’이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작은 폭포가 떨어지는 연못은 일 년 내내 물이 마르지 않으며 생명의 근원지인 여인의 자궁처럼 풍요롭고 안온한 형상이다.

 자연누리성을 가로지르는 맑은 누리천의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백련지로 향하는 길은 특히 낭만적이다. 산벚나무와 왕벚나무 우거진 산책로는 봄이면 연산홍이 절정을 이루며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어느 것 하나 유대표 부부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지만 유독 애착이 느껴지는 곳은 바로 백련지라고 한다. 넓게 펼쳐진 백련지를 가로지르는 정자와 누리교를 손수 만들어 세웠다고 하니 그 정성과 애정이 어떠했을까 짐작이 된다.

백련지의 입구에는 두 마리 거북이 모형과 함께 멀리 할매 바위가 관람객을 향해 웃고 있다. 한쪽 눈이 감기고 이가 빠진 모습이 영락없이 할머니의 얼굴을 닮았다.

 “백련처럼 사람의 마음을 끄는 꽃이 또 있을까요? 신창 인취사에서 분양 받은 백련은 증식을 거듭하며 엄청나게 꽃을 피워 백련지를 가득 채웠지요. 뿌리만 먹을 수 있는 홍련과는 달리 백련은 꽃으로 약으로 식품으로 모자람이 없이 쓰이는 매력적인 꽃이죠.”

 한차례 소나기가 지나간 백련지는 시원하며 연꽃잎은 파도처럼 출렁거린다. 누리교를 걷다 보면 은은한 연잎의 향기가 코 끝에 스며든다. 연꽃은 흙탕물에서 자라지만 더러움에 물들기는커녕 맑은 꽃을 피우며 신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른 더위로 백련이 일찍 피고 졌지만 연잎의 은은한 향기는 푸른 연꽃 밭의 또 다른 매력이다. 꽃잎이 떨어진 자리마다 연꽃 열매(연자)가 까맣게 영글어가고 있었다. 백련지의 고즈넉한 풍경을 감상하며 누리교를 지나 누리성 돌담길까지 걷노라면 야외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황병기의 가야금 산조는 연꽃잎 사이로 조화롭게 스며들며 마음을 사로잡는다.

무궁화원·야생화 산책로는 또 다른 자랑거리

유대표는 연꽃 외에도 국화인 무궁화 알리기 교육을 계획하며 지난해부터 약 1만3200㎡(4000평)의 분지에 무궁화를 심고 가꾸고 있다.

 “옛 문헌에 따르면 애국가 가사처럼 삼천리강산에 무궁화 꽃이 천지였다고 합니다. 일제가 국화를 말살하기 위해 ‘무궁화를 울안에 심으면 가장이 죽는다, 무궁화 꽃가루가 눈에 들어가면 눈이 먼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무궁화를 거둬 태웠다고 해요. 아욱과인 무궁화 꽃의 잎은 된장으로 나물을 무치고 국을 끓여 먹을 수 있어요. 교육용으로 식용으로 적극적으로 기를 생각입니다.”

 자연누리성의 안채인 ‘자연가든’은 안주인 이봉순(61)씨가 운영하는 연 요리 전문 음식점이다. 식이섬유가 가득한 백련의 모든 재료를 이용해 특별한 자연밥상을 맛 볼 수 있다. 연잎으로 곱게 싸서 쪄낸 ‘연영양밥’과 연잎을 갈아 만든 ‘연빈대떡’이 가장 인기 있는 메뉴다.

 자연누리성은 올해 농촌진흥청과 충남도교육청으로부터 농촌교육농장, 체험학습농장으로 지정됐다.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교육장에서는 연빈대떡 만들기와 연영양밥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주차장 옆에 자리한 너른 자연석공원에서는 현무암으로 꾸민 석창포 분경 만들기 체험이 가능하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석창포는 기억력이 좋아지고 건망증과 치매증 등 신경성 계통의 여러 질환을 다스린다고 한다.

 유대표는 “연꽃향기 가득한 백련지와 무궁화원, 야생화 산책로는 자연누리성의 자랑거리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편안한 휴식을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홍정선 객원기자 (to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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