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학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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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영국 어느 학자의 설에 의하면 노화현상은 10세 때부터 나타난다고 한다. 실제로 청력이나 정력도 20세 때부터 감퇴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예기』에서 보면 10세를 유, 20세를 약관, 30세를 장이라 하고, 40세를 강이라 했다. 그러니까 『약관 20세에…』운운하는 것은 『역전앞』 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표현의 중복이 된다.
『예기』에서 20세를 약관이라고 한 것은 체보다 지를 더 중요시하는 전통적인 유교적 발상법에 의한 것이다.
서양에서는 이와 달랐다. 철인 소크라테스는 오후만 되면 으레 짐나지움에 가서 신체를 연마했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지성은 심장부에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한 것도 이런 신체적인 건강을 존중하는 전통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고대로마시대에 이르면서부터는 건강을 위한 스포츠의 강조가 때로 여러 병폐를 낳았던 것 같다. 그래서 가령 유베날리스 같은 이는 도리어 건강한 신체에는 불건전한 정신이 깃들이게 되는 모양이라고 탄식한 일까지 있었던 것이다.
유베날리스는 이말 끝에 제발 건전한 정신이 건전한 신체에 깃들이기를 바란다고 덧붙었었다. 이것이 어느 사이엔가 『건전한 정신은 건전한 신체에 깃들인다』는 말로 바꾸어졌던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자칫하면 건전한 정신보다 건전한 신체가 앞서는 것처럼 착각하기 쉽다.
소크라테스가 오전 중에 먼저 사색하고 그 다음의 여가에 체육관에 다녔던 사실을 어느 사이엔가 잊어버린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는 유베날리스의 희망을 말끔히 잊어버린 것은 물론이다.
건전한 정신이 오래 몸에 배도록 하기 위해서 건전한 신체를 가꾸려 애쓰는 것처럼 바람직한 것은 없다.
최근에 서울에서 개최되고 있는 제1회 전국대학체전이 이런 정신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면 그처럼 반가운 일은 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을 만큼 호화스런 대학체전이 공부에 한창 열이 오르기 시작할 이 무렵에 베풀어진다는 것엔 많은 반성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유베날리스의 말과 탄식을 곰곰 되씹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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