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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무덤 속의 생과 사......철야 구출의 숨막힌 현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O…겹겹이 내리 눌린 철근 벽에 파 묻혔다 15시간만에 구출된 백학주군 (21·고대 전기과 1년)은 위기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끈질기게 버티어서 목숨을 건졌다. 백군의『사람 살리라』는 소리가 뒤범벅 속에서 새어 나온 것은 이날 낮 12시쯤-.
인부 권종만씨(36)가 가냘픈 이 소리를 듣고 작업반에 급히 알렸다. 백군은 이날 새벽 106호실에서 친구 조재순군(21·서강대 전공과 2년)과 수학문제를 풀다 무너지는 「아파트」 와 함께 나뒹굴었다. 부서진 책상다리 밑에 머리를 곤두 박힌 채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백군은 옆에 깔린 조군과 형 백현주씨(26)와 『기운을 내라』는 얘기까지 주고받았다.
「콤프래서」와 「크레인」을 동원한 구출작업은 무려 9시간, 1.5m의 「콘크리트」를 깨고 내려간 밤 9시10분 겨우 백군이 있는 위치에 구조의 손이 갔다. 공교롭게도 백군은 「쾅」하고 나뒹구는 순간 옆에 켜져 있던 「트랜지스터」의 「다이얼」이 CBS에 고정된 채여서 칠흑같은 범벅 속에서 바깥소식을 낱낱이 알 수 있었다.
『계속 구조 작업 중』이라는 보도는 철근 벽을 거머쥐고 있는 백군의 팔에 힘을 돋워줬다.
구조 작업소리가 들리자 백군은 『여기는 106호. 문 쪽으로부터 남쪽 2m 지점이다. 서편 벽을 뚫어달라』고 침착하게 작업지시(?)까지 했다. 손을 쑥 뻗어 옆에 있는 조군의 팔을 만졌다. 그러나 싸늘했다. 백군은 목이 타고 숨이 가빠지는 것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 병원에 옮겨진 뒤에도 백군은 헛소리처럼 『재순이는?』을 되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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