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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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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3년 7월 13일자 30면>
국민연금 개혁 위한 국민 설득 더 늦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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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보험료 인상안을 다수의견으로 채택한 뒤 몰매를 맞고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현재 9%에서 단계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위원은 장기적으로 보험료율을 13∼14%까지 올려야 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민주당은 “국민을 졸(卒)로 보는 발상”이라며 반발했다. 국민연금 가입자들도 “보험료는 더 내고 연금은 그대로 받는다니 국민이 봉이냐”고 아우성치고 있다. 매년 조 단위의 혈세를 퍼붓는 공무원·군인 같은 특수직 연금의 개혁은 뒷전인 채 국민연금 가입자들만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그러나 지금은 냉정하게 연금제도의 큰 틀을 손질해야 할 때다. 국민연금은 5년마다 재정 안정성을 점검해 골격을 바꾸도록 돼 있다. 2007년에 보험료는 그대로 두되, 연금을 더 늦게 받고 덜 받는 쪽으로 손질한 만큼 올해가 다시 연금의 큰 틀을 손질해야 할 때다. 17, 18대 국회는 국민연금과 특수직 연금 개혁 특위까지 두었지만 성과가 없었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선거 부담이 크지 않은 때인 만큼 연금 개혁에는 적기라 할 수 있다. 정부가 국민 반발을 의식해 “보험료 인상안은 자문기구의 의견일 뿐”이라고 발뺌해선 안 된다.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을 위해 우리 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은 노후 빈곤을 막는 최후의 안전판이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국민연금은 2044년부터 적자로 돌아서고 2060년 적립기금이 소진된다고 한다. 여기에다 기대여명은 자꾸 늘어나고, 저성장·저금리로 인해 연금 수익률은 낮아지고 있다. 연평균 수익률이 1%포인트 내려가면 국민연금 고갈 시기는 5년 앞당겨진다. 따라서 미리 손을 쓰지 않으면 그해에 걷은 보험료를 바로 연금으로 지급하고, 부족한 지급분은 혈세로 메워야 한다. 나라 재정이 결딴나게 된다. 이런 재앙을 막으려면 출산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져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꿈같은 이야기다. 그렇다고 지출을 줄이기도 쉽지 않다. 2007년 연금을 개혁하면서 소득대체율(연금지급액/평생 평균임금)을 40%로 내리고, 지급 시기도 단계적으로 65세로 늦췄다. 지금도 노후 대비에 터무니없이 모자라는 만큼, 연금을 더 깎기는 어렵다. 따라서 도리 없이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현재 우리의 보험료율은 ‘소득의 9%’로 독일(19.9%)·일본(16.4%)과는 비교가 되지 않고, 미국(10.4%)에 비해서도 낮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전에 보험료를 더 내야, 그나마 자녀 세대에게 부담을 덜 떠넘기게 된다.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불만을 누그러뜨리려면 공무원·군인연금부터 뜯어고치는 게 우선이다. 공무원·군인연금의 소득대체율은 62.7%에 이르고, 매년 1조5000억원 이상의 혈세를 투입해 적자를 메워주고 있다. 이런 특수직역 연금은 그대로 둔 채 국민연금만 ‘더 내고 그대로 받으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사회 정의는 물론 형평성이 무너지게 된다. “공무원연금은 놓아두고 국민연금만 올리겠다는 것이냐?”는 심리적 저항을 피할 수 없다. 정치권이 앞장서서 특수직역의 철밥통과 이기주의를 깨부숴야 비로소 국민연금 개혁의 물꼬를 틀 수 있다.

 지속 가능한 국민연금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보험료를 소득의 13%까지 올려야 한다는 게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와 대다수 연금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문제는 누가 총대를 메느냐다. 1998년과 2007년의 연금 개혁이 ‘땜질 처방’에 머문 것도 국민적 반발에 지레 겁을 먹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보험료율을 조금씩 올리려면 꾸준히 국민을 설득하고 납득시켜야 한다. 어차피 정부는 연말까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이 초안을 바탕으로 정치권이 정파적 이해관계를 초월한 리더십을 발휘해 연금 개혁을 둘러싼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 가야 한다. 연금 개혁은 우리 모두의 미래가 달린 일이다. 재앙을 막기 위해선 지금부터 모두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정치권의 책임 있는 자세를 기대한다.

한겨레<2013년 7월 10일자 31면>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만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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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선을 다루는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8일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단계적으로 13~14%로 올리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국민연금 보험료를 서둘러 올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그보다는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보험료 상한액을 올려 고소득층의 소득 재분배 역할을 높이는 등 국민연금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는 게 더 시급한 과제다.

 국민연금 기금이 머잖아 고갈되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의 타당성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급속한 고령화 등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지난 3월 말 발표된 국민연금 장기 재정 추계 결과를 보면, 기금 소진에 대한 불안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47년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다. 국민들이 국민연금의 필요성과 역할을 몸으로 느끼고, 이를 바탕으로 훨씬 생산적인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셈이다.

 더욱이 현재 우리의 국민연금은 국민들이 제대로 된 혜택을 누려보기도 전에 ‘용돈 연금’으로 전락해 버린 상태다. 70%였던 소득대체율이 1998년 1차, 2007년 2차 연금 개편을 거치며 60%로, 다시 40%로 급격히 떨어지고, 60살이면 타던 연금도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늦춰져 2033년에는 65살이 돼야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보험료율만 급격히 인상해 ‘많이 내고 그대로 받는’ 국민연금이 돼서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

 따라서 보험료 인상을 서둘 게 아니라 우선 현행 국민연금 제도의 틈새를 메우는 작업에 힘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민연금 가입 연령인 18~59살 인구 3280만 명 가운데 51.4%인 1686만 명이 국민연금에서 소외돼 있다. 이들 저소득계층에 대한 연금보험료 지원 등이 시급하다. 고소득층에 대해서는, 내는 보험료 상한액은 올리고 받는 연금의 상한은 설정해 연금 수익비가 1 미만으로 점차 내려오도록 해야 한다. 국민연금 또한 복지제도의 하나인 만큼 고소득층이 소득 재분배에 기여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 국민연금은 기초연금과 함께 묶어서 논의돼야 한다. 두 제도는 모두 노후 보장을 위한 것이나 그 성격은 다르다. 우리나라처럼 일할 곳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소득을 전제로 하는 국민연금은 상당한 규모의 사각지대를 피할 수 없다. 반면 세금을 기반으로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의 몫을 늘리면 그만큼 국민연금의 몫은 줄일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복지 증세에 대한 획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논리 vs 논리
중앙 “특수직 연금 먼저 개혁” … 한겨레 “부유층 부담 늘려야”

1960년대 우리나라 초등학교 현황을 보면 대한민국 고령화를 짐작할 수 있다. 학생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교실은 ‘콩나물 시루’라 불렸다.

69년 세계 최대 초등학교에 이름을 올린 서울 동대문구 창신초등학교의 학생 수는 1만204명, 학급 수는 129개, 학급당 학생 수는 평균 80명이었다고 한다. 55년에서 63년 사이에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들이 노인이 된다고 생각하면 고령화 사회가 좀 더 구체적인 실감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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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청난 비용이 소모될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는 과연 누가 책임질까? 국가와 사회가 국민의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는 사회보장의 논리다. 사회보장제도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국민연금제도는 국민 개개인이 소득 활동으로 납부한 보험료를 기반으로 퇴직이나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으로 사망하거나 장애를 입어 소득활동이 중단된 경우, 본인이나 유족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단적으로 말해 국민의 안락한 노후를 국가가 보장해 주는 제도다. 문제는 국민연금 적립금의 고갈 가능성. 2060년이 되면 국민연금이 고갈되어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지난 7월 8일 두 개의 제도 개혁안을 채택했다. 보험료율 인상안(다수안)과 동결안(소수안)이 그것이다. 정부는 10월까지 국회에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제출해야 하는데, 제도발전위의 권고안을 반영할 예정이다. 장차 국민연금 적립금이 고갈될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는 연금제도의 큰 틀을 손질해야 하는 입장에는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의견을 같이하지만 그 구체적인 해법에 있어서는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단계적으로 13~14%로 올리자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한겨레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서둘러 올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그보다는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다시 말해 국민연금의 수혜자 폭을 서민에게까지 대폭 늘리고, 보험료 상한액을 올려 고소득층의 소득재분배 역할을 높이자고 말한다. 아울러 복지증세에 대한 획기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중앙일보는 매년 조 단위의 혈세를 퍼붓는 공무원·군인 같은 특수직 연금의 개혁은 뒷전인 채,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고통만을 가중시킨다는 불만이 국민 사이에 팽배하다는 사실을 말하며,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불만을 누그러뜨리려면 공무원·군인연금부터 뜯어고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공무원·군인연금은 그대로 둔 채 국민연금만 ‘더 내고 그대로 받으라’고 하면 사회정의는 물론이고 형평성이 무너지게 된다는 말이다.

 중앙일보는 보험료율 인상에도 찬성하는 입장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보험료율은 ‘소득의 9%’로 독일(19.9%)·일본(16.4%)과는 비교가 되지 않고, 미국(10.4%)에 비해서도 낮다는 자료를 동원하기도 한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전에 보험료를 더 내야, 그나마 자녀세대에게 부담을 덜 떠넘기게 된다는 사실도 적시한다.

 한겨레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서둘러 올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하고, 중앙일보는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고 한다. 한겨레는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보험료 상한액을 올려 고소득층의 소득재분배 역할을 높여야 한다고 말하지만 중앙일보는 공무원·군인연금부터 뜯어고치라고 주문한다. 분명히 두 신문의 입장엔 큰 간극이 있다.

 복지는 시대적인 당위다. 문제는 복지의 재원을 어디서,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증세 없는 복지 재원 마련’을 공약했다. 세금을 늘리지 않고 복지의 재원을 마련한다? 방법은? 4대 강 공사와 같은 대규모 공사를 지양하는 방법, 즉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투자 감소가 그것이고, ‘비과세 감면 축소’가 또 다른 방법이다. 박근혜정부는 5년 동안 기존의 세금 혜택을 줄여 18조원에 이르는 재원을 새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기업의 인력개발비, 에너지 절약시설 투자비, 연구개발 설비투자비에 대한 세금을 면제하거나 덜어주는 것이 비과세 감면인데, 이를 축소한다니 기업으로서는 달가울 리가 없다.

 한겨레의 ‘복지증세에 대한 획기적인 접근’이란 기업에 대한 정부의 혜택을 대폭 줄이라는 입장으로, 이는 ‘국민연금보험료 인상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결국 복지의 재원을 국민으로부터 마련하지 말고 기업으로부터 마련하라는 주문이다.

 중앙일보의 주장은 다르다. 공무원·군인 같은 특수직 연금을 개혁하라는 중앙의 주문은 복지의 재원을 국민에게서 가져오라는 주문이다. 국민의 가계에 부담을 줄 수도 있지만 보험료율 인상에 대해 중앙이 찬성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복지를 위한 고통의 분담을 누구에게 더 크게 지우느냐가 결국 두 신문의 논조 차이를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문제의 해법은 누가 가장 큰 고통을 감내하느냐다. 국민 전체인가. 아니면 기업인가. 아니면 공무원과 군인인가. 바로 이곳이 사회적 소통과 합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김보일 배문고 국어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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