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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 시한폭발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29일 하오 6시10분쯤 서울 남대문로2가 미도파 백화점2층「와이샤쓰」부 86호 점포(주인 김영옥·27) 에 시한장치가된 의문의 사제폭발물이 손님이 맡긴 짐처럼 가장되어 놓여졌다. 일부가 폭발했으나 피해는 없었다. 처음 발견한 종업원 홍덕순양(25)에 의하면 폭발물은 이날 하오 5시10분쯤 회색양복에「나일론·와이샤쓰」차림의 45세쯤 된 남자가「와이샤쓰」를 사겠다고 흥정끝에『아래층 식품부에 가서 딴 물건을 갖고 올테니 잠시 맡아달라』면서 보관시킨 삼양설탕 상자속에 들어 있었다. 홍양은 손님이 짐을 맡긴지 1시간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아 수상히 여겨 상자를 풀어 보는 순간『펑!』하고 폭발음이 들렸고 불꽃이 튀었다고 말했다.
이 폭발물은 가로 30cm, 세로 21cm의 6kg들이 삼양설탕 상자속에 넣어진 것으로 맨 아래쪽에「시멘트」벽돌 2개가 받침대 노릇을 하면서「이탈리아」제 중고탁상시계를 받쳐 두었다. 그리고 그 위에 철망과 휘발유를 적신 걸레뭉치, 휘발유 2ℓ가든「비닐」봉지, 성냥 31개비 묶음과 21개비 묶음등 두 뭉치가 차례로 올려진채 9「볼트」짜리「로키트」표 건전지 양쪽에 동선을 이어「마이너스」극은 시계의 7시에,「플러스」극은 1시에 각각 시침을 접선시켜둔 것으로 밝혀졌다. 또 특이한 것은 손으로 만져도 폭발되고 시침에 따라서도 터지도록 2중 장치가 된 점이다.
이날 하오 6시20분쯤 점포주인 김씨의 신고로 수사에 나선 경찰은 처음에 단순한 방화미수사건으로 처리했으나『폭발시간을 1시에 맞춘 것이 점포 문을 닫은 후인 한밤중에 터질 것을 꾀한 것으로 인명피해를 피하고 단순히 방화만 기도한 점, 사용된 시계등 물품이 귀한 점, 손쉽게 만들어졌지만 교묘하여 오랜 연구를 거친 점등을 들어 단순한 방화보다 오히려 계획적인 범행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폭발물을 맡긴 1m62cm의 키에 머리 기름을 발랐으나 텁수룩하고 회색 양복,「나일론·와이샤쓰」차림을 한 45세쯤된 남자를 수배했다.
경찰은 이 사건이 ①지난번 미도파 분규뒤로 상인조합원들 사이의 원한 관계에서 빚어진 사건 ②정치적인 교란 및 민심동요를 노린 북괴간첩의 소행 ③일부 국내 불순분자의 책동등 세갈래 수사방향에서 수사·정보경찰을 총동원 종합적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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