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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타고 북상, 독성 해파리 전국 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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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1일 오전 제주시 함덕읍 서우봉해수욕장. 해양경찰들이 물속에서 연신 뜰채로 해파리떼를 건져냈다. 전날 26명이 해파리에게 쏘였다는 신고가 들어와 해수욕을 통제하고 실태 파악을 하러 나온 것. 발견한 것은 대부분 독성이 강한 ‘입방해파리’들이었다. 전날 해수욕객을 괴롭힌 바로 그 해파리다. 오후 들어 해파리 숫자가 줄자 해수욕장 운영을 재개했으나 해파리가 다시 몰려들면서 40명이 쏘였다. 인근 김녕성세기해수욕장에서도 15명, 이호테우해수욕장에서는 14명이 이날 해파리 피해를 봤다. 제주해경은 “11일 3개 해변에서 69명이, 전날은 6개 해변에서 61명이 해파리에 쏘였다”며 “해파리가 많이 출몰하는 해수욕장은 이용을 막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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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해수욕장들이 8월 들어 독성 해파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장마가 끝나고 수온이 오르면서 아열대성 독해파리들에게 쏘인 피서객이 늘고 있는 것.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7월 한 달간 신고된 해파리 피해는 102건. 그러던 것이 이달 들어 10일까지 575건으로 급증했다. 9~10일 이틀간 접수된 쏘임 사고만 269건에 달했다.

 장소도 가리지 않고 있다. 7월엔 주로 남해안에 나타나더니 이젠 서해에서는 충남 태안, 동해에서는 강원도 속초에서까지 피해를 주고 있다. 8일에는 강원도 낙산해수욕장에서 40여 명이 해파리에게 쏘이는 사고가 일어났다. 더운 날씨에 해수 온도가 오르면서 전국 해수욕장에 해파리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독성이 강한 입방해파리·노무라입깃해파리·커튼원양해파리 등이 출몰하고 있어 피해가 우려된다. 지난해 8월에는 인천 을왕리해수욕장에서 8세 여자 어린이가 노무라입깃해파리에게 쏘여 사망했다.

 해파리의 습격은 지난달 초부터 예견됐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중국과 남해지역 노무라입깃해파리 개체 수 조사를 바탕으로 “올해 한반도 연안에 해파리가 지난해의 20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중앙일보 7월 15일자 8면

 아열대성 독해파리는 앞으로 갈수록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수온이 워낙 높아진 데다 9월까지 더위가 예고돼서다. 지난달 섭씨 15~20도였던 연안 해수온도는 8월 들어 25~27도까지 훌쩍 올랐다. 11일 오후 2시에는 제주도 인근 바다 수온이 30도를 넘었다. 수온이 25도 이상인 곳에 주로 사는 맹독성 입방해파리에게 해수욕객들이 많이 쏘인 이유다. 이 해파리에게 쏘이면 달궈진 인두에 닿은 것처럼 극심한 아픔을 느끼게 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피해 막기에 비상이 걸렸다. 해운대해수욕장과 을왕리해수욕장은 길이 1.4㎞, 높이 6m의 대형 차단망을 설치했다. 해양수산부 측은 “해파리 출몰 실태를 면밀히 파악해 위험하다 싶으면 해수욕을 통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립수산과학원 해파리대책반 윤원득 박사는 “해파리에게 쏘였을 때 알코올이나 식초로 소독을 하면 해파리 종류에 따라 오히려 독이 더 빨리 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바닷물로 상처를 씻고 핀셋 등으로 남아 있는 해파리 촉수를 뽑아내는 것이 1단계 응급조치 요령”이라며 “그 뒤 어지럼증을 느끼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모란·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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