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 오염수 막을 묘수 없어 … 매일 300t씩 바다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세계의 이목이 다시 후쿠시마(福島)로 향하고 있다. 원전 앞바다로 유출되고 있는 제1원전의 오염수 때문이다.

 지금까지 도쿄전력에만 오염수 대책을 맡겨뒀던 일본 정부도 ‘흙을 얼린 빙벽을 땅속에 만들어 지하수의 원전 접근을 차단하는’ 프로젝트에 46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도대체 이곳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오염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달 22일이다. 줄곧 오염수의 바다 유출을 부인해온 원전 운영사 도쿄전력이 “오염수가 유출되고 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오염수의 해양 유출이 처음 문제가 됐던 것은 사고 직후 정도였다. 2011년 4~5월 원전 1~4호기 중 2호기와 3호기 주변 땅속 갱도로부터 고농도 오염수가 바다로 유출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도쿄전력은 즉시 방수공사를 했고, 그 후 2년간 일본 사회는 “오염수의 바다 유출은 없다”고 믿어왔다. 그래서 이번 발표가 더 충격적이다.

 문제는 도쿄전력의 끊임없는 땜질식 대응과 거짓말이다. 지난 6월 2호기 주변의 지하수의 성분과 양을 측정하기 위해 바다 쪽에 파놓은 우물 속에서 고농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산 쪽에서 흘러내려온 지하수 일부가 땅속의 방사능 물질과 섞인 뒤 바다로 새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도쿄전력의 설명은 “사고 직후 샜던 오염수가 땅속에 남아 있기 때문에 지하수에서 검출되는 것일 뿐”이라고 강변했다.

 일본 정부로부터 “제대로 조사해보라”(7월 10일)는 지시가 떨어진 뒤 부랴부랴 열흘 만에 도쿄전력의 대답은 “바닷물과 지하수 사이에 왕래가 있었다”고 바뀌었다. 사실상 “이제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실토였다.

 실제 도쿄전력은 겉으론 오염수 유출을 부인하면서도 내부적으론 오염수의 해양 유출을 의심했다. 그래서 지난달 8일부터 오염된 지하수가 바다로 새나가지 않도록 바다와 가까운 땅속에 차수벽을 쌓기 시작했다. 약제로 흙을 굳혀 만든 땅속의 벽이다. 기술적인 문제로 지표면으로부터 1.8m 밑으로밖에 쌓을 수 없었다. 하지만 도쿄전력은 지난달 31일 “오염된 지하수가 너무나 많이 쌓여 있어 차수벽을 다 쌓더라도 바다로의 유출은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오염수가 지표면 위로 흘러넘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쿄전력은 9일부터 차수벽 부근 땅에 고인 오염 지하수를 펌프로 뽑아낸다는 계획이지만 뽑아낸 오염수를 보관할 장소조차 여의치 않다. 근본적 대응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여전히 모든 게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7일 “원전 주변엔 매일 1000t의 지하수가 유입 중이며 이 중 300t 정도가 바다로 유출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오염수가 언제부터 유출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또 도쿄전력은 “ 오염수 유출은 항만 내부뿐”이라고 밝혔지만 구체적 수치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도쿄전력의 항복 선언 이후 아베 총리는 7일 “이제 오염수 대책을 도쿄전력에만 맡겨두지 않고, 국가적으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원전 해체를 위한 연구개발비 정도나 지원하며 뒷짐을 지고 있던 입장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일본 국민의 우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후쿠시마 괴담’이 퍼지는 국가적 위신 추락에 더 이상 구경만 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특히 “원전이 필요하다”는 쪽 입장의 아베가 이번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할 경우 ‘원전 재가동’ 정책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가 하루 배출량을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정보 공개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8일 열린 전문가 회의에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제산업상은 “지하수가 오염되기 전에 미리 퍼올리고, (오염) 기준치 이하의 지하수를 바다에 방출하는 방안을 포함해 향후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관련기사
▶ "원전 사고 후 이다시 대안 에너지 투자 2.5배 늘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