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보상 발표 63분 만에 … 북, 열흘 침묵 깨고 특별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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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7차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제안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개성공단 입주자 사무실에서 개성공단 비대위 관계자들이 통일부의 회담 수락 발표에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7차 실무회담을 열자는 북한의 7일 제안에는 고민의 흔적이 묻어 있다. 우선 회담 제의 시점이 그렇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마지막 제안”이라며 북한에 회담을 제의했다. 이에 북한은 10일간의 장고 끝에 응답했다. 우리 측의 최고결정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휴가기간(29~2일)을 감안하더라도 전례를 비춰보면 북한의 응답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또 우리 측이 사실상 개성공단 폐쇄 수순을 밟는 공단 입주기업들에 대한 보험금 지급 발표 63분 만에 판문점 마감통화를 통해 제안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미리 회담 제의 준비를 해놓고 우리 정부의 대책을 지켜보다 회담 재개 카드를 내놨다는 얘기가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은 한다면 하는 지도자라는 사실을 북한 측이 이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양건 대남담당비서(통전부장)가 직접 나서 근로자들을 철수시키는 등 우리 정부를 압박하면서 불거진 개성공단 잠정 중단 사태가 실제 폐쇄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 몰리자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다.

 우리 근로자들의 신변안전 보장과 정세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공단을 정상화시키자는 등 우리 정부가 요구했던 내용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도 공단 재가동에 대한 북한의 의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조봉현 IBK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의 마지노선이라는 정치적인 의미 외에 북한 국내외적으로 경제적 의미가 있다”며 “공단이 폐쇄될 경우 경제 회복에 주력하고 있는 현재 북한의 내부 상황을 고려할 때 타격을 피하기 위해 우리 측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산을 비롯해 경제특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 개성공단이 성공 모델이 돼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 그런 만큼 이전처럼 ‘아니면 말고’ 식으로 나오기 어렵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개성공단이 달러 수입원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얘기다.

 이날 북한 측의 담화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으로 판단한다”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14일 회담에 대해선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북한은 우리 기업 관계자들의 신변안전 보장이나 재산 보호, 우리 기업들이 준비되는 대로 근로자들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재발방지를 위해 남북이 공동으로 노력하자”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공단 잠정 중단에는 남측의 책임도 있다는 의미다. 북한은 지난 4월 공단 근로자 철수와 이후 진행된 여섯 차례의 실무회담에서도 지속적으로 3월부터 진행된 키 리졸브 연습 등 긴장국면으로 인한 잠정 중단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래서 이달 중하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을 문제삼아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회담 결렬과 공단 폐쇄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창현(북한학) 국민대 겸임교수는 “이전과 달리 북한이 우리 측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하며 자존심을 버린 것으로 비춰지면서까지 회담에 나온 것은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하지만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는 북한사회 구조를 고려하면 한·미 군사훈련을 그냥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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