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감에 눈물 … “선두와 격차 커지니 마음 비울 수 있을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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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호 19면

박인비가 3일(현지시간) 브리티시 여자오픈 골프대회 2라운드 4번 홀에서 파세이브 후 홀 아웃하며 인사하고 있다. [KB금융그룹 제공]

3일 오전(한국시간)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에서 끝난 리코 브리티시 여자오픈 2라운드. 공동 취재구역에 선 박인비(25·KB금융그룹)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2라운드까지 선두 최나연(26·SK텔레콤)에게 8타 차 뒤진 공동 22위. 박인비는 “부담감이 너무 커 모든 게 쉽지 않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박인비, 그랜드슬램 멀어지나

 세계 여자골프 사상 처음으로 4대 메이저 대회 연속 우승(그랜드슬램)에 도전하고 있는 박인비가 겪는 심적 압박감은 상상을 초월한 듯했다. 박인비는 “대회 전보다 대회가 시작된 뒤 압박감이 점점 더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사실 대회 전부터 박인비의 일거수일투족은 많은 이의 관심사였다. 한국은 물론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언론사들이 박인비 취재에 열을 올렸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는 연일 화제가 됐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와 선수들도 그를 향한 기대 섞인 반응들을 쏟아냈다. LPGA는 그가 우승했던 3개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공수해와 그랜드슬램을 대비한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기도 했다. 박인비는 “너무 많은 관심을 받다 보니 불편한 게 많아졌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려 했지만 책임감과 부담감이 커진 게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그랜드슬램에 대한 부담감은 박인비의 몸을 무겁게 만들었다. 첫날 12번 홀까지 6언더파 단독 선두를 달렸던 박인비는 후반부터 급격히 흔들렸다. 3언더파 공동 18위. 둘째 날에는 갑자기 매서워진 바람에 휘청거리며 1타를 잃고 더 뒷걸음질쳤다. 박인비는 늘 대회에 앞서 “비교적 부담감이 덜한 1, 2라운드가 가장 편하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달랐다. 박인비의 어머니 김성자(50)씨는 “2라운드 아침까지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 보였다. 샷에 대해서도 너무 많은 생각을 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랜드슬램은 남녀 골프 역사를 통틀어 딱 한 번 달성된 대기록이다. 1930년 보비 존스(1902~71)가 작성한 이래 그 누구도 이뤄내지 못했다. 존스는 이번 대회가 열리고 있는 올드 코스에서 브리티시 아마추어 선수권을 거머쥔 뒤 디 오픈, US오픈, US 아마추어선수권을 차례로 제패하면서 전설이 됐다. 박인비는 존스가 83년 전 우승했던 바로 그 장소에서 전설의 마지막 장에 도전하고 있다.

 박인비는 2라운드를 마친 뒤 “선두와 타수 차가 많이 나다 보니 이제야 마음을 비울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런 압박감 속에서 경기를 해본 것이 내 골프 인생에 큰 공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잃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 잃을 것이고, 즐겨야겠다고 생각하면 즐길 수 있다’고 믿는다. 결과를 떠나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의 긍정적인 마인드에서 아직 도전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4일 새벽 3라운드 결과 선두와 더 멀어져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 간격을 좁혀 낼 수도 있다. J골프가 대회 최종 4라운드를 4일 오후 10시부터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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