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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공직 마치고 귀농 4년 … '포도유기농산물' 인증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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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욱 요셉포도농원 대표가 포도밭에서 작업하던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산시청 공무원으로 40년간 재직 후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권영욱(66) 요셉포도농원 대표가 화제다. 그는 귀농 4년 만에 아산시로부터 포도유기농산물 1호 인증을 받는 등 새로운 시도로 농업인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의 귀농 성공 스토리를 듣기 위해 지난달 30일 요셉포도농원을 찾았다.

이날 오전 10시. 권 대표는 출하를 앞둔 포도들의 솎기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포도들은 저마다 권 대표의 손길을 기다리듯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려있었다.

권 대표는 총 3305㎡ 대지에 3동의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알렉산드리아 청포도와 희귀 품종 4 종류(경조정·리자마트·베니바라드·글레임시르네스)의 포도를 재배하고 있다. 2010년부터 농사를 시작한 그는 첫해 400㎏의 포도를 출하했으며 2011년에는 600㎏, 지난해에는 2000㎏를 수확해 성공적으로 출하를 마쳤다.

올해에는 속기작업을 거쳐 이달 중순부터 출하를 시작할 예정이다. 예상 출하량은 4000㎏ 이상. 지난해보다 두 배 가량 증가한 양이다.

시청 공무원에서 농사꾼이 되기까지

권 대표는 아산시청에서 사회복지국장을 역임한 뒤 2009년 퇴직했다. 평소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도 은퇴 후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았던 권 대표. 그는 퇴직 전 간부회의에서 ‘제 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 당시 간부회의를 주재했던 강희복 전 아산시장은 지역 대표 농산물인 포도를 재배하는 농가가 점차 줄어들자 이를 안타까워하며 다시 포도재배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권장했던 것. 특히 포도농가를 처음 시작하겠다는 귀농인에게는 별다른 조건 없이 전체 사업비의 반을 지원해준다는 파격적인 약속도 제시했다. 권 대표는 ‘그래 이거다’라고 결심했다. 간부회의가 끝난 후 곧바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를 만나 자신이 직접 포도농가를 운영해보겠다고 건의했다.

하지만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만류했다. 그동안 도시민들에게 귀농을 권장하는 여러 사업을 펼쳤지만 신청자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권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퇴직 후 곧바로 사업신청을 하고 제 2의 인생을 시작하기 위해 움직였다.

“평소 농사에 관심이 많던 지인에게 자문을 구했더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포도가 아닌 다양한 종류의 포도를 재배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했죠. 저 역시 남들과 똑 같은 포도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경기도 안성, 전남 영광 등 여러 지역을 견학하며 지식을 쌓았어요.”

퇴직 후 5개월간 여러 지역을 돌며 포도재배에 대한 지식을 쌓은 권 대표. 포도 재배의 매력으로 서서 일을 할 수 있으며 잡초는 3번 정도 기계로 자르고, 인력을 사지 않고도 자력으로 농사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한 일반포도에 비해 청포도는 씨가 없고 맛있다고 소문나 직판만으로 소비된다는 것도 알게 됐다. 포도농가 운영에 더욱 확신을 얻은 그는 그 해 여름 아산 도고면에 대지 1983㎡(약 600여 평)를 구입한 뒤 ‘요셉포도농원’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본격적인 포도 농사꾼으로의 첫발을 내디뎠다.

호락호락 하지 않았던 ‘귀농’

농가에 청포도 600주를 심은 권 대표는 이듬해인 2010년 별다른 병해 없이 수월하게 200박스 약 400kg을 수확했다. 하지만 시련은 그 다음해인 2011년에 찾아왔다. 타 농가의 포도보다 좀 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아산시로부터 유기농산물 청포도 사업승인을 받았다. 추후 생산되는 포도는 모두 친환경 포도로 출하한다는 뜻이었다. 그 후 1983㎡의 대지를 추가로 구입했다. 그곳에 500주의 나무를 더 심은 뒤 친환경 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했다.

하지만 권대표는 그 과정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방제 시기를 놓치게 됐다. 그 결과 포도송이가 하얗게 변하는 ‘흰가루 병’에 걸렸다. 첫해 무리 없이 청포도를 수확하게 되자 생긴 지나친 자신감이 오히려 화를 부른 것이다. 권 대표는 그 후 친환경 비료로 일주일간 방제 작업을 했다. 하지만 금세 치유가 되는 병이 아니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한 달 정도 계속 방제작업을 한 결과 흰가루 병은 치유됐지만 이미 50% 이상의 포도송이가 잘려나간 후였다.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왜 괜히 유기농산물 인증신청을 하고 친환경 농법으로 청포도를 재배하려고 했을까’라는 후회가 막심했죠.”

“경쟁력 있는 농가는 분명 성공할 수 있다”

한 차례 시련을 겪었던 권 대표는 포도재배관련교육을 받고 친환경농사법을 배우기위해 지난 해 초부터 아산시농업기술센터에 입교신청을 했다. 현재까지 매주 두 번 이상 찾아가 농사에 대한 갖가지 지식을 쌓는데 주력하고 있다.

교육받은 대로 예방을 철저히 한 결과 지난해 포도농사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 지난해 7월 2일에는 아산시 제1호 ‘포도유기농산물’로 인증을 받았다.

 권 대표는 요즘 들어 인터넷을 이용한 마케팅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아졌다고도 했다.

또한 권대표는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농가를 언제나 개방해 놓고 있다. 귀농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멘토역할을 자처하고 있는것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남겼다.

“경쟁력 있는 농가는 분명히 성공할 수 있습니다. 남들의 성공을 부러워만 하지 말고 농가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스스로 깨우치고 여러 귀농 성공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합니다. 초보 농사꾼이 처음부터 소비량이 적은 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입니다. 소비량이 많은 작물을 선택하고 그 작물을 경쟁력 있게 키우십시오. 그러면 성공은 분명 귀농인들을 배신하지 않을 것입니다.”

글=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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