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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7)경례받는 위반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특수차량의 교통법규위반등 횡포가 잇따르자 당국이 특별단속에 나섰다. 보도에 의하면 박대통령은 지난 며칠동안의 단속상황을 보고 받고 단 1건도 없을때까지 단속과 처벌을 계속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특수차량」이란 말 자체가 국민주권 국가에서는 쑥스러운 단어이지만 우리 주변에는 남다른 의식을 갖고 교통규칙을 어기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
수백대의 차량들이 줄지어 늘어선 「러쉬·아워」때 마치 중앙선도 보이지 않다는 듯 제멋대로 앞지르기하는 차, 금지구역에서 보란듯이 좌·우회전을 일삼는 차등―. 어떤 차량은 통금시간에 검문에 불응, 「바리케이드」를 그대로 지나치기까지 하자 경찰은 뺑소니 차량에 인명을 상하지 않을정도로 발포해도 좋다고 관하 경찰에 지시했다고 한다.
단속기간에 적발된 차량들의 대부분이 정부기관과 수사관 또는 군차량이었다는데 적지않게 수긍이 가면서도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다.
흔히 교통위반을 마구하는 차량에 그속에 비스듬히 버티어 앉은 특등시민에 교통경찰이 깍듯이 경례를 붙인다는 말이 이제 이해가 간다. 교통경찰이 그런 몰지각한 차를 단속하면 어떤 변화가 그에게 돌아갈까.
고층 「빌딩」이 하늘높이 치솟고 전국을 하루에 달리수 있는 고속도로를 닦는 것만이 근대화는 아니다. 오히려 이보다도 우리 모두 마음속 한구석에 도사리고 있는 이와같은 특권 의식을 배제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나는 차량번호판에 영업용·자가용·관용차의 구분을 표시한 것조차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관용차도 관청에 소속된 자가용이면 「자가용」이지 어째서 「넘버」판 색깔도 다르게, 어떤 경우는 붉은 비상「라이트」까지 붙이게하여 남다른 의식을 주고있는지 알 수 없다.
민주주의의 근대화는 번지레한 제도나 법조문의 마련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 한사람 한사람이 질서에 충실하고 서로 양보하는 마음을 가질때 이의 실현이 가능한 것이다.
개인주의의 의의도 이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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