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드는 아기 골라 낳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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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P. 칸 보건학 박사
미네소타 대학 생물윤리 센터 소장

임신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방법의 배아 검사를 제공하는 불임 치료 병원이 증가하고 있다.

이 방법은 시험관 아기 기술(IVF)로 만들어진 배아의 염색체 유전자를 검사해 정상적인 염색체를 가진 배아만을 모체에 이식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실험실에서는 정상적으로 보였던 배아라도 염색체에 사소한 이상이 있으면 일정 시점 이후 임신이 정상적으로 유지되지 못한다는 데서 착안됐다. 즉, 이식 전에 배아를 가려내면 이 같은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배아 선별은 아이를 가질 수 있는 확률을 높여주지만 동시에 윤리적, 방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검사 과정에서 배아의 성별도 식별할 수 있기 때문에 부부가 이식 받을 배아를 스스로 결정하게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당초 이 검사가 불임 부부를 도울 목적으로 제안됐지만 배아에 대해 다른 유전자 검사에도 쓰일 수 있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배아 선별은 과연 올바른 것인가? 또한 배아 선별이 허용된다면 어떠한 검사들이 추가돼야 할 것인가?

유전자 검사에 익숙

그간 배아에 대한 유전자 검사의 적절한 사용 방법을 두고 많은 토론이 벌어졌다.

한 부부가 자신들의 병든 아이와 유전적으로 일치하는 제대혈 제공자를 '만들려고' 시도한 것을 비롯해, 한 여성이 자신의 자손은 자신처럼 알츠하이머 초기 발병이라는 동일한 유전적 특성으로 고통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배아를 고르겠다고 한 것을 두고 토론이 불붙었다.

이 두 가지 사례는 기술사용에 따르는 논쟁을 보여준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배아 선별의 차이점은 검사를 배아의 출생 가능성 높이기에만 한정한다는 점이다.

이런 건전한 목적은 유전자 검사를 시험관 아기 기술(IVF)에서 좀 더 통상적으로 쓰이게 만들 것이며, 이 과정에 폭넓게 수용돼 우리가 배아에 대한 유전자 검사라는 발상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왜 출생률 높이기에만 한정하나?

그러나 어째서 배아 검사를 출생률을 높이는 목적에만 한정해야 하는 것인가?

우리가 유전자 구성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유전자 검사가 정밀해질수록 장차 태어날 아이의 특성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와 욕망이 커지기 때문이다.

어째서 장차 일어날 질병을 막거나 발병률을 낮추는데 사용되면 안 된다는 것인가? 어째서 성별을 비롯해 나아가서는 신체 및 행동 습관을 감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가?

우리가 유전자 검사를 어느 선까지 할 것인가를 결정할 기제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시험관 아기 기술(IVF)에 대한 감독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 미국 연방 정부는 1980년대 중반부터 정책적으로 배아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지 않았다. 따라서 민간 분야에서 실시되는 이 같은 연구에 대한 법 제정을 기피해왔다.

  • 대개의 보험 회사들은 시험관 아기 기술(IVF) 및 배아 검사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따라서 보험료를 내는 이들의 인가를 받기 위한 그 어떤 기준도 세워지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시장이 결정하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 임신 촉진제가 일종의 시장 주도 약품이기 때문에 병원들은 자신들이 배아에 대한 유전자 검사라는 최신 서비스를 하려고 혈안이 돼 있으며 스스로를 규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은 배아의 생산과 검사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들을 엄격히 조사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험관 아기 기술(IVF)과 배아 검사 기술이 줄기 세포 연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사용되는 배아들이 시험관 아기 기술을 통해 배아 실험 병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제 현존하는 식품의약청(FDA) 같은 통제 기제나 국회의 법안 통과를 통해 정부가 개입해 정책 부재를 메울 가능성이 점차로 높아지고 있다.

    이런 큰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가 '자녀의 특성을 선택할 수 있는가'의 여부가 아닌, 과연 '자녀의 특성을 선택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 사회적 논의와 토론을 해야한다.

    (CNN) / 이정애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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