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과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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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과잉과세」에 관한 시비는 흥미조차 없다. 세금은 납세자편에선 언제나 지나친듯한 느낌을 주기마련이다. 『세금과 송편은 적을수록 좋다』는 속담도 있다.
하물며「과잉」이란 말이 세금앞에 붙고 보면 유쾌할리 없다. 세리들은 좋아라할지 모르지만, 국민은 불쾌하기 짝이 없다.
이번 국정감사는 바로 그 「과잉징수」를 따지고 있다. 국세청은 국회가 요구한 69년도 내국세 책정의 한도를 1백억원이나 넘게 배정하고 있다. 이것을 국민 각자에게 배분한다고 치면 3백원씩의 부담이 되는 셈이다.
민주국가에 있어서 모든 행정은 「중용」을 이상으로 하고 있다. 중용은 지나침이 없는 것을 뜻한다. 세리는 지나침이 없이 세금을 거두고, 경찰은 지나침이 없이 시민을 보호할 의무를 갖는다.
그러나 「과잉과세」는 그 합리적인 중용정신을 한몫에 짓밟는 것이다. 더 말할 것도 없이 세무당국은 1백억원의 초과 세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온갖 안간힘을 다 써야할 것이다. 그러려면 자연히 국민에게 오만불손한 행정력을 발휘해야할 것이다. 국민의 편에선 세금을 더 물어낸 만큼 수입을 올려야할 것이다. 이때 상도의는 무너지고 만다. 상품값은 멋대로 오르고, 상인의 양식은 타락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일이 전제국가도 아닌 민주국가에서 일어날 때, 결국 손해는 위정자, 국민 모두에게로 돌아간다. 국민은 차기선거에서 으례 세금을 적게무는 정당을 선택할 것이며, 이것은 집권당으로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 관료의 이른바 과잉충성은 이처럼 민주 사회에선 선이기는커녕 오히려 공동의 화로 파급된다. 바로 봉건사회와 구별되는 것은 이 점이기도 하다.
그뿐인가. 국정감사는 전국의 납세자 37만명 중에서 기장조사에 의한 과세는 불과0·3%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나머지 99%이상은 인정과세를 실시하고있다. 인정과세는 조세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원시적인 과세방법이다. 현대의 조세는 어느나라의 어떤 정책도 「확실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인정과세는 우리의 경우 국가쪽에서 더욱 장려하는 느낌마저 든다.
국가에서 과세의 한도를 스스로 지키지 않고 「과잉」을 강요 할 때, 이미 납세자와 국가는 약속을 파기한 관계가 되어버린다. 이때 납세자편에서만 정직할리없으며, 국가는 또한 그 부정직을 구실로 인정과세를 하려할 것이다. 이것은 어느 한쪽이 정직해지지 않는 한 끝없는 악순환으로 계속될 것 이다. 우선 국가가 정직할 때 모든 세금은 「정직」과 「평등」과 「성실」의 합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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