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전자예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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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까만 통안에서 3개의 원판이 바람개비처럼 돌아간다. 20여개의 형광등이 명멸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선 빨간등이 불규칙하게 점등한다.
몇개의 줄무늬원주가 멋대로 돌아가는 그 뒤에선 판본몇개가 서로 비스듬히 간격을 좁혔다 벌리곤한다. 여기저기에서 가는「모터」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전시장을 들어서는 이마다 짐것 어리둥절해한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본 일이 없는 미술작품전시회. 작년말「파리」로부터 귀국해 서울대미대에서 강의를 맡고 있는 양승권씨(32)의 개인전 광경이다.
그림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지만 그것은 종래의 정적인 회화가 아니다.『운동·광선』이란 주제가 설명하듯이 살아 움직이는 공간구성이다. 그 움직이는 화면은 평면적인 시각위에 형상을 거듭하고 또 거기서 항시 새로운 감각을 추구한다.
양씨는「프랑스」에 머물러있는 7년동안에 미술공부의 덤으로 전자광학을 배워야 했다고 한다.
그러나 움직이는 물체의 규모와 배치 혹은 속도를 아무리 불규칙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기계적인 조작이므로 반복의 확률이 높기 마련이다. 그래서「롤러」의 피대를 고무줄로 함으로써 결코 되풀이가 없는 불연속의 미학을 시도한 것이라고 양씨는 말한다.
우리나라 화단에서 새영역을 개척하는 이 전자예술은 이번 소개를 계기로하여 순수미술뿐아니라 상업「디자인」면에 적지않은 자극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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