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면 직동골, 소도둑마을로 바꾼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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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제비’.

 강원도 춘천의 농어촌공사 강원지역본부 김기업(51·사진) 차장의 별명이다. 제비처럼 재빠르게 이곳저곳을 잘 다닌다는 뜻이다. 실제로 강원도 내의 웬만한 시골 마을엔 대부분 김 차장이 다녀간 흔적이 있다. 김 차장에겐 또 다른 별명이 있다. ‘원조 재능 기부’다. 김 차장은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의 하나인 재능 기부 운동의 원조다. 2006년 고향인 강원도로 돌아온 뒤 지인들과 함께 ‘농촌사랑농도상생포럼’을 만들었다. 도시 사람들의 재능 기부를 연결고리로 삼아 농촌과 도시가 공존하자는 취지다. 그는 2006년부터 최근까지 포럼 동료와 함께 강원도 내 마을 92곳을 다니며 현지 주민들과 토론하고 마을 살리기 운동을 해왔다. 2011년엔 농림부가 김 차장의 농도상생포럼을 모델로 삼아 ‘재능 기부’와 ‘색깔마을’ 운동을 시작했다. 김 차장은 “농촌 마을마다 특성에 맞는 장점을 살려내 마을 이미지를 높이고, 이를 통해 농가 소득을 올리자는 캠페인이 색깔마을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김 차장과 포럼 동료들이 다녀간 마을엔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지역마다 있을 듯한 평범한 이름의 마을이 전국 유일의 개성 있는 이름으로 탈바꿈했고, 농사만 짓던 한적한 마을이 관광객이 찾아오는 명소로 변했다.

 

그가 다음 주 찾을 마을은 평창군 진부면의 ‘소도둑 마을’이다. 이 마을의 원래 이름은 ‘직동골’. 계곡의 모양을 따라 마을이 곧바로 이어진 데서 붙은 이름이다. 직동골은 2009년 상생포럼이 찾아오면서 소도둑 마을로 이름이 바뀌었다. 마을에 내려오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찾던 중 마을 할머니로부터 “옛날에 이 마을에 소도둑이 살았다”는 얘기를 들은 게 계기가 됐다. “마을 이름이 도둑이 뭐냐”는 일부 주민의 반대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소도둑이란 재미있는 주제로 마을 색깔을 만들어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

 김 차장은 “산적이 살 것 같은 산채 등 재미있는 체험코스를 갖추고 산촌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산촌생태마을로 마을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도둑 마을 외에도 영월군 주천면의 ‘호랑이 마을’, 원주 귀례면의 ‘솔둥지 마을’, 춘천 북산면 ‘누리삼 마을’ 등도 상생포럼을 통해 다시 태어난 마을이다.

 김 차장은 “재능 기부의 핵심은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 가르쳐 주자는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물고기를 스스로 잡고자 하는 마음을 심어서 지속 가능한 마을로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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