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을 바꾸면 건강이 보인다] 6. 풍문 처방 하지 말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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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우리나라에선 '4천만이 의사'라는 말처럼 주변에 환자가 생겼다 하면 너나 할 것 없이 병에 대한 이런저런 조언(?)을 한마디씩 한다.물론 아는 이의 쾌유를 바라는 좋은 마음에서 한다.

병든 환자.보호자는 마음이 약해지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되기 마련. 자연히 '이런 방법을 해보니까 병이 낫더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 진다. 하지만 선의의 풍문 처방이 환자에게 위해(危害)를 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늘 명심해야 한다.

증상이 같다고 병이 같은 것은 아니며, 같은 병을 앓아도 환자의 증상이나 경과는 제각각이다.일례로 기침의 원인만 하더라도 감기.축농증.폐렴.기관지염.폐결핵.폐기종.폐암 등 수없이 많다.

또 감기처럼 가벼운 병도 기침만 하는 사람,콧물만 나오는 환자,하루 이틀 좀 불편하다 좋아지는 사람,일주일 이상 온몸이 쑤시고 괴로운 환자 등 다양하다.

물론 치료법도 원인 질병과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다.특히 이런 현상은 복잡하고 심각한 난치병일수록 심하다.

그래서 명의들은 순간순간 변하는 환자상태를 가장 중요시하고 'A병엔 B란 치료'식의 단순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특히 특효약이 없는 난치병이나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만성병을 치료할 땐 수많은 변수를 늘 염두에 두고 조심스럽게 진료를 한다.

즉, 병 문안을 가서 '우리 친구가 같은 증상 때문에 고생하다가 X란 치료로 나았다'고 말하는 것은 무지(無知)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풍문 처방으로 인해 환자는 돈과 시간을 허비함은 물론 상태가 나빠질 수 있다. 10년간 간경변을 앓은 K씨(65.여)의 경우다.

그동안 의사로부터 신통한 이야기 한번 못듣다가 우연히 환자 대기실 옆자리에 앉은 보호자가 권하는 개소주를 구입해 먹다 이틀 후 혼수상태에 빠졌다.

간기능이 많이 나빠 단백질을 제한해야 할 K씨가 단백질이 듬뿍 농축된 음식을 먹은 게 화근이었다.누구나 먹는 음식으로도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성분 미상의 약제들이 기력이 떨어진 난치병 환자에게 치명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비(非)전문가가 내리는 풍문 처방은 해서도, 또 따라서도 안된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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