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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68」… 모녀가 앞뒤로 외어|「뺑소니」잡은 기억작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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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뺑소니차에 치인 모녀가 세밀한 주의력과 기지로 도망치는 차의 번호를 각각 절반씩 외었다가 맞추어 뺑소니차를 잡게 했다. 경찰은 이 신고에 따라 서울 영2-5168호 연두색「코로나」를 23시간만인 17일 상오11시 서울시 종로2가 앞길에서 잡아 운전사 신영식(32)을 입건했다.
26일 낮12시5분 임신 4개월인 곽은희 여인(22·서울서대문구 창천동30의13)은 어머니 최복동 여인(47·영등포구 개화동451의3)과 함께 장보러 나왔다가 서울종로구 낙원동「슈퍼·마키트」앞길에서 손님을 태우고 과속으로 달려오던 연두색「코로나·택시」에 치였다.
이날 곽 여인은 먼저 차를 발견, 길옆으로 비켰으나 워낙 과속으로 달려오던「택시」가 곽 여인을 밀면서 왼쪽 발을 치어 부상을 입혔다.
곽 여인이 쓰러졌으나「택시」운전사는 잠시 머뭇거리며 뒤를 돌아보다가 손님2명을 태운 채「허리우드」극장 쪽으로 뺑소니쳤다.
차가 도망치자 곽 여인은 쓰러진 채 순간적으로 사라져 가는「택시」의「백·넘버」를 눈여겨봤으나 차가 날쌔게 뺑소니치는 바람에 변호의 앞부분인 2-51만을 가까스로 욀 수 있었다. 어머니 최씨는 차번호를 욀 생각은 않고 도망치는 차를 향해『저 차를 잡아달라』고 고함쳤으나 아무도 관심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때 어머니 최씨는 사라져 가는 차를 뒤쫓아가면서 차의 변호를 알아내려 했으나 모두 확인하지 못한 채 겨우 오른쪽으로부터××168이라는 뒷 숫자부분만 기억할 수 있었다.
딸을 인근병원에 입원시켜 치료를 받게 한 어머니 최씨는 딸 곽여인이 왼 앞부분의 번호2-51××에 그가 오른쪽부터 왼 번호인 861을 서로 뜯어 맞추어 뺑소니차의 번호가 서울영2-5168호 임을 알아냈다.
어머니 최씨는 이 번호 쪽지를 들고 서울종로경찰서에 달려가 이 뺑소니차를 꼭 잡아 처벌해달라고 신고했다.
경찰은 이 모녀가 재치 있게 반씩 외어 맞춘 번호에 따라 뺑소니차인 연두색「코로나·택시」를 잡게됐다고 기뻐했다.
특히 이들 모녀는『그대로 도망친 운전사도 나쁘지만 뺑소니차에 탄 손님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면서 고발정신을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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