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보관용 1부 어디로 … 미궁에 빠진 대화록 행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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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국정원에서 관리하라고 지시했다는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 등의 검찰 진술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국회 의결에 따라 진행 중인 대화록 수색 작업은 헛수고일지 모른다. 애초에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되지 않았을 가능성, 즉 국가기록원에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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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전 비서관은 2007년 10월 2~4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기록을 맡았던 인물이다. 서울로 귀환한 직후 회담 배석자인 김만복 당시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대화록을 작성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조 전 비서관의 증언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 대화록을 청와대에 두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강한 뉘앙스가 풍겼다”는 검찰 수사팀의 설명을 감안하면 정상회담 대화록은 아예 국가기록원으로 넘어오지 않았을 수 있다.

 일단 왜 국가기록원에서 대화록이 나오지 않고 있느냐는 데 대한 의문은 그의 진술로 매듭이 풀릴 가능성이 있다. 수일간에 걸친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통해서도 대화록이 발견되지 않고 있는 만큼 그의 진술의 신빙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모든 논란이 해소되는 건 아니다.

 우선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 폐기를 지시하지 않았느냐는 논란은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그동안 “회의록 2부를 만들어 청와대와 국정원이 각각 한 부씩 보관했다”고 밝혀왔다. 조 전 비서관의 얘기처럼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 관리주체를 국정원으로 지목했고, 청와대에 두는 걸 탐탁지 않아 했다면 ‘대화록 폐기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을 국정원에서 관리하라고 지시하면서 “후임 대통령도 봐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는 조 전 비서관의 진술을 따져보면 국정원에는 보관용으로 남겨두면서 왜 국가기록원으로 가져갈 것을 없앴겠느냐는 반론도 가능해진다.

 새누리당은 그래서 정상회담과 국정원이 대화록을 만든 2008년 1월 사이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검찰 수사를 통해서든 국정 조사를 통해서든 명확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에선 애초에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올 모두 폐기하라고 지시했을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완전 폐기를 지시했으나 이명박정부와 줄을 대기 위한 국정원 지도부가 2부 중 한 부만 폐기했거나 2부 모두 폐기했다가 2008년 1월에 다시 만들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당 관계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은 만큼 당시 3개월에 대해선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전 비서관의 진술이 대화록을 노무현정부의 기록물 보관 시스템인 이지원(e-知園)에 넣어 이명박정부에 넘겼다는 문재인 의원 등과의 설명과는 상충되는 점도 규명되어야 할 부분이다. 문 의원은 대화록 폐기설이 나올 당시인 지난해 10월 17일 기자들과 만나 “이지원으로 모든 문서가 보고되고 결재돼 그 부분만 폐기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문 의원의 측근인 김경수 전 청와대 연설관리비서관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도 “회의록은 (정상회담 후인) 10월에 국정원 초안이 보고된 뒤 그해 12월 이지원을 통해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의혹을 밝혀낼 열쇠는 김만복 전 원장과 조 전 비서관이 쥐고 있지만 김 전 원장은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은 지난해 대선 직후 독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인은 “이명박정부가 출범한 2008년 초 공직을 떠나 신앙생활에 심취했다가 2월 검찰 조사를 위해 한때 입국한 걸 빼곤 해외에 체류한 채 모든 접촉을 끊고 있다”고 전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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