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5) 성경과 이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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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8일 밤「그리스도를 믿는 한가족 5명이 집단자살했다는 보도는 종교인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리스도」를 믿는 한 사람으로서 5명이 신앙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을 들었을때 우선 아연할 따름이다. 보도를 읽어보면 사교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독약을 먹어도 죽지않는다는 「하느님이 역사하신 증거」 를 보이기 위해 기도하면서 독악을 마셨다는것이다. 신앙생활을 증교 그 자체로, 성경말씀 대로 믿다는식으로 한다면 그렇게 될수 밖에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신약성서에 『독약을 먹어도 죽지아니한다』 는 내용이었다. 이 성경 내용을 그대로 믿고 신앙생활을 한다면 독실한 신도라면 『독약을 마셔도 죽지 앉는다』 고믿게 되고 많은 신도가 독약을 마시는 사례가 생겨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러나 신앙이란 성경을 글자 그대로 믿는다는 식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신앙이란 성경을 귀절마다 글자를 떼어내어 믿는것이 아니라 성경을 통해 나타난 하느님의 인격을 믿는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그리스도」안에 나타난 하느님의 인격을 믿는다는 말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웃을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해야하는 것이 믿는 사람이 해야할 일이란 말이다. 성경에 기록된「그리스도」의 많은 이적은「그리스도」가 사랑을 위해 행한 수단이지 믿음 그 자체는 아닌 것이다. 하물며 성경은 신앙이 있는가 없는가 라는 시험을 위한것은 더욱 아닌것이다. 이번 한가족 5명의 비극은 바로 이점에서 비롯된 것이다.
만일 교회가 신도들에게 성경을 한귀절 한귀절 글자를 외게하고 믿게 한다면 독실한 신도의 자살사건은 또 일어날 것이다. 나는 교회가 그런 방식으로 가르쳐 신도가 또다시 희생될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사람은 무엇보다도 성경이란 하느님이 어떤분이라는것을 해석한 고리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하겠다. 성경을 한귀절마다 떼어내어 외어 읽는것으로 신앙생활을 할것이 아니라 성경을 전체적으로 보고 「그리스도」안에나타난 하느님의 인격을 믿는것이 올바른 신앙의 진이라는것을 깊이 인식해야겠다. 모든 신앙인은 제2의 어처구니없는 자살을 을바른 신앙생활로 막지않으면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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