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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군용기 30%, 10년 내 무인기로 대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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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모함 조지 H W 부시함에 착륙하고 있는 X-47B 해상 무인 전투기. 이 무인기는 지난 10일 항모 착륙 실험에 처음 성공했다. [미 해군]

올해 초 미국 뉴멕시코주 남부 사막의 홀로만 공군 기지. 공격용 무인기 프레데터와 리퍼가 활주로를 이륙, 고도 2㎞로 상승했다. 국경 가까이에 잠입한 무장 괴한 두 명을 추적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흩어져 달아나자 프레데터는 사람을, 리퍼는 차를 좇아 각각 기관총과 헬파이어 미사일을 쐈다. 조용히 임무가 완료됐다. 경찰이나 군이 동원될 것도 없었다. 이상은 홀로만 기지 내의 무인기 조종사의 실제 훈련 장면이다. 조종은 기지 내 컨테이너형 상황실에서 진행됐다. 기지엔 이런 컨테이너가 수십 개 있다.

미국 무인기의 작전 실상은 거의 베일에 가려 있다. 작전 투입 사실도 지난해 4월 존 브레넌 대통령 고문이 시인해 알려졌다. 그래도 2001~2012년 무인기가 알카에다 지도부의 70%를 제거했으며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소말리아·예멘에서도 군과 중앙정보국(CIA)의 무인기 작전이 진행됐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10년 내에 현재 군 항공기의 30%가 무인기로 대체될 것이며 유인기보다 무인기 조종사를 더 양성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무인기 잠재력과 관련해 미 공군의 데이비드 뎁투라 중장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무인기의 현재 위상은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복엽기처럼 발전이 시작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0일 미국 노스럽그루먼사가 개발한 X-47B 해군용무인전투기(UCAV)의 항공모함 착륙은 무인기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적 미사일 사정거리 밖에서도 작전 가능
지난해 미 해군 보고서에 따르면 스텔스 능력도 뛰어난 X-47B가 양산돼 실전 배치되면 작전 거리가 종전의 두 배 이상인 4000여㎞로 늘어난다. 그럴 경우 중국이 곤란해진다. 현재 미 항모는 중국의 항모 공격용 탄도탄인 둥펑(東風,DF)-21D 때문에 미사일 사정거리 1500~2000㎞ 밖에서 운용해야 하는데 X-47B가 실전에 등장하면 이런 문제가 해소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의 무인기는 X-47B에 크게 못 미친다. 대개는 감시·정찰용이다. 그래도 선진국은 이 분야에 활발히 진출한다. 주요 대상은 고(高)고도(HALE)와 중(中)고도(MALE) 무인기로, 전체 무인기 시장의 56%를 차지한다.

고고도급 최강자는 미국으로 노스럽그루먼사의 글로벌 호크(RQ-4)와 제너럴 아토믹사의 프레데터(MQ-1)가 대표선수다. 글로벌 호크는 Block-10에서 시작해 Block 20·30·40 등으로 진화 중이다. 프레데터도 리퍼, 스카이 워리어, 그레이 이글, 어벤저로 개량되고 있다. 미국은 이런 무인기 수백 대에 공대지 미사일을 장착시켜 대테러전이나 비정규전에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Q-1을 대형화한 MQ-9 리퍼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차세대 폭격기나 6세대 전투기도 유·무인 겸용이나 무인기로 개발하고 있다. 수송기·급유기도 무인기로 대체할 계획이다. 미래전을 준비하는 것이다.

미래 무인기의 핵심 능력은 전쟁 초기 아군의 보호 없이 적진 깊숙이 침투, 적의 방공망이나 공군기지 등을 파괴하는 것이다. 이른바 무인전투기(UCAV)다. X-47B가 바로 미 해군이 구상하는 항모형 UCAV다. 유럽에는 엔유론과 바라쿠다가 있다. 엔유론은 유럽 8개 항공사가 공동 개발하는 6t급 스텔스형으로 지난해 첫 비행했다. 바라쿠다는 독일과 스페인이 공동 개발 중이다. 영국 BAE는 2017년을 목표로 8t급 스텔스 무인기 ?타라니스?를 개발하고 있다. 러시아도 미그사가 10t급 스카트를 개발 중이다. 스웨덴·중국도 개발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적기와 공중전까지 가능한 UCAV는 아직 요원하다. 인공지능과 통신 문제 때문이다. 현재 무인기 비행은 지상 조종사가 원격 통제하는데 그래선 공중전을 못한다. 전투를 하려면 원격 조종사가 지금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알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무인기 센서로 데이터를 보내려면 통신망에 과부하가 걸리고 통신 위성도 훨씬 더 필요하다. 해상도가 더 높은 센서도 필수지만 아직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인공지능으로 알아서 전투하는 무인기 개발 또한 요원하다. 한국항공대 장영근 교수는 “무인기 컴퓨터에 아무리 많은 시나리오를 입력해도 막상 전투에 돌입했을 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를 대신 판단할 인공지능은 당분간 나타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MALE급에선 이스라엘이 최대 강자다. 이스라엘 IAI사는 헤론을 개발, 인도와 터키 등 1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일찌감치 유인기를 포기하고 무인기에 집중했다. 한국이 서해 5도 정찰 공격용 무인기로 헤론 구입을 추진한다는 관측이 있지만 해군 측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한편으론 무인기 반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민간인 살상 때문이다. 정확한 추계는 없지만 사망자의 30%가 민간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인권단체와 반전단체들은 “수천㎞ 밖에서 원격 조종사들이 죄책감이나 망설임 없이 컴퓨터 게임 하듯 인명을 살상한다”며 규제의 목소리를 높인다. 전문가들은 이런 여론이 무인 전투기의 미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최근 무인기는 ‘더 높이, 더 오래’ 비행하는 초장기 체공형으로 진화하고 있다. 낮엔 태양열 에너지, 밤엔 연료전지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고도 30㎞에서 24시간 체공 가능한 패스파인더/힐로스, 성층권에서 7일간 체공하는 글로벌 옵서버, 고도 20㎞에서 10일간 머무는 팬토 아이, 고도 18㎞에서 30일간 비행할 수 있는 솔라 이글, 태양전지로 5년 이상 체공하는 벌처 등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소형 무인기론 무게 1.9㎏의 레이븐이 인기다. 최근엔 곤충 크기의 무인기를 수천~수만 대씩 떼를 이뤄 운용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민수기, 실용화 더뎌도 전망은 밝아
민간용 무인기도 블루오션으로 꼽힌다. 인간을 대신해 더럽고(Dirty), 위험하고(Dangerous), 힘든(Difficult) 3D 작업에 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능에 오염된 곳 등 화생방 위험 지역에도 투입 가능하고 혹한이나 혹서 등 기후 조건이나 시간대의 영향을 받지 않아 전천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지금도 기상 관측을 비롯해 농업·임업 분야, 어군 탐지, 해안 경비, 재난 구조, 교통상황 관리 등에 활용 중이다. 호주의 무인기 ‘에어로존데’는 2007년 11월 허리케인 노엘의 핵심에 접근, 기상 자료를 실시간 전송해 태풍 연구에 새 지평을 열었다. 밀렵이나 산림자원 불법 훼손 감시, 산악 지역에서의 조난자 구호에도 역할을 한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남부 국경의 밀입국 감시를 위해 무인기를 운용 중이다. 벨기에 정부도 북해의 불법 기름 유출 감시에 무인기를 투입했다.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때는 피해 현장 상공에서 무인기가 부상자와 고립된 주민의 대피로를 확보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민수용 무인기 실용화에 가장 앞선 나라는 일본이다. 1982년부터 농업용 민수기 시장을 겨냥해 무인 회전익기를 생산한 일본은 최근엔 해안 경비와 남극 연구 등으로 활용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야마하사의 RMAX(사진)와 후지중공업의 RPH-2A가 대표적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는 방사능 누출로 인력 투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무인기를 투입해 피해 규모를 파악한 뒤 신속한 대응에 나설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민수기 전망을 밝게 보지만 아직은 무인기 시장의 10% 안팎에 불과하다. 실용화 속도도 더디다. 기술 문제와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민수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도 적잖다. 가장 큰 현실적 제약은 공역(空域) 사용에 대한 규제다. 유인 항공기와 하늘을 같이 쓰려면 안전성 확보가 필수인데, 무인기에 장착된 충돌 감지·회피 기술에 대한 신뢰성은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한정된 제원인 주파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도 과제다. 무인기끼리 같은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할 경우 치명적인 장애와 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소형 무인기가 사생활 침해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신홍 기자, 김병기 객원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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