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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 성장"…그 허와 실|지난 8년3개월의 경제정책의 공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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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5·16을 계기로 한 제1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을 시발점으로 2차 계획이 중반을 넘긴 지금까지 우리 경제는 성장을 위한 격심한 진통을 거동해왔다. 지난 8년3개월의 시책을 정리한 정부의「국민에게 보내는 백서」를 중심으로 경제정책의 공과를 총 평가 해본다. <편집자주>
▲사회=바쁘신데 이렇게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석달이면 1960년대도 끝나고 70년대를 맞이하게 됩니다. 오늘은 이 지나간 60년대의 경제적 성과를 돌이켜 보고 그 공과를 따져 우리가 반성해야 할 점을 검토하고 원인을 가려본 다음에 나아가서 70년대에 우리가 당면할 기본적 과제가 무엇인가에 대해 기탄 없는 의견을 교환해보기로 하겠읍니다.
그럼, 우선 60년대의 우리 경제는 각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기록했는데 이러한 고속 성장의 요인에 대해 박 교수께서 좀….
▲박=1960년까지만 해도「악순환」을 거듭한 우리경제가 60년대에 와서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갖는 우수한 인적자원과 국내 저축이 잘 안되니까 그 대신 외자도입을 잘 연결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성=저도 박 교수가 말씀한 것과 같은 견햅니다. 자원이라면 인적자원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온대지방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도 하나의 중요한 점이라고 하겠읍니다.

<절실한 기업가의 의욕>
▲황=후진국의 경제 발전요인으로 학자들은 대개 자본축적, 기업가 정신과 기술혁신을 듭니다. 이런 점에서 우러나라 기업가들은 의욕이 왕성했고, 또 교육·문화수준이 다른 후진국 보다 높았읍니다. 자본축적에서 무엇이 문제냐 하면 학자에 따라 견해가 다르겠읍니다만「로스토」가 지적한 사회간접자본형성이던가 주도적인 산업부문의 형성을 강조한 것과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하겠읍니다.
▲한=과학기술분야에 투자하고 인력개발에 주력하는 것도 선진국의 일반적 경향인데 한국에서도 정부나 민간이 과학기술의 도입과 기능공 양성에 애쓰고 있읍니다. 물론 과도하게 외국기술 도입에 의존한다던가 하는 문젯점도 있읍니다.
▲사회=다음으론 이러한 발전 과정에서는 잘못된 점, 다시 말하면 시정해야할 점과 약점들도 많이 있었는데 이런 것과도 관련해서 60년대의 발전상과 70년대의 경제발전의 일반적 성격이라고 할까에 대해서 좀….

<질적 발전으로의 전환>
▲성=우리나라에 여러 가지 경제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많았읍니다만, 가장 중요한 문제가 과잉인구라고 할까, 혹은 잠재된 많은 실업자라고 하겠읍니다.
이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조직화, 활용하기 위해서 공업화태세의 정비가 요청되었던 시기가 60년대였겠고, 재원은 핍박한데 회임 기간이 긴 「인플레」적 투자를 많이 해야한다는 이율배반적 요청 때문에 상당히 무리를 했읍니다. 70년대에는 좀더 본격적으로 공업화를 이룩하고 식량도 자급자족을 해야겠읍니다만 제일 중요한 것은 대량의 실업자를 고용해서 활용하도록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판로를 개척하는 것입니다·
▲황=60년대의 한국경제가 양적 성장을 한 단계라면 70년대는 질적 발전을 해야할 때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질적 발전을 위해서는 우선 경제의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이 문제가 되겠고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관되는 규모간 균형 발전, 다음으로는 사회의 발전, 예를 든다면 완전고용에 접근하고 후진적인 농업을 기계화한다던 가의 여러가지문제가 나오겠읍니다.

<시정돼야할 국제 불균형>
▲박=해방이후 60년 초까지는「악순환」속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소위 「전통적 균형」의 시기었윱니다. 60년대는 이것을 깨뜨리기 위해 불균형을 가져왔다고 보겠읍니다. 국제적으로 보면 수출보다 수입이 많아져서 국제적 불균형이 나타났고 국내적으로는 비농업 부문, 즉 공업이나 상업이 중심이 되어 발달했기 때문에 농공간의 격차가 심화되었읍니다. 이 불균형은 지금 크게 문제가 되고 있읍니다. 그리고 이러한 불균형을 이 이상 끌어갈 수는 없지 않느냐는 것이 지금 시점의 문젭니다. 따라서 이렇게 확대된 불균형을 근대적 경제의 균형상태로 이끌어 올리는 것이 70년대의 과제가 돼야겠읍니다.
▲한=정부나 민간 할 것 없이 계속해서 급진적으로 기술을 개발해서 경제성장에 기여토록 합심 노력해야겠읍니다.
▲사회=이제 말씀하신 걸 간추리면 60년대가 양적 발전, 즉「전통적 군형」을 타파한 시기라면 70년대는 질적 성장, 다시 말해서, 우리가 파괴한 균형을 새로운 성장의 차원에서 가다듬는 정돈의 시기가 되는 것입니다. 이 전제 속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포함되고 또 앞날의 과제가 제기됩니다. 그러면 좀 더 초점을 좁혀서 70년대의 새로운 단계를 맞이하는 우리 경제가 당면한 보다 구체적인 문제가 뭣이냐를 검토해 보기로 하겠읍니다.
국민들의 관심은 우리가 지금 20억불의 외채를 지고 있는데 이러한 외자의존형의 경제를 그대로 끌고 나갈 것이냐, 혹은 앞으로는 다른 어떤 국내저축 중심의 성장노선을 택할 것인가의 문제에 집중되고 있읍니다.

<자원개발 없는 외자도입>
▲황=질적 측면에서는 국내자원을 개발하는 수출을 촉진해야합니다. 지금까지 수입이 수출 못지 않게 증가해왔다던가, 또는 국제수지가 총체적으로 보면 적자의 폭을 계속 확대해왔다던가 하는 것은 앞으로 개선되어야할 문제라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수입대체가 국내자원을 이용하는 선에서 이루어져야하겠고 외자도입도 물론 계속 어느 정도는 필요하겠지만, 이것 역시 자원개발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겠읍니다. 특히 수출은 가득액을 높이는 것으로 종합적이며 다각형 수출을 지향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봅니다.
▲사회=지금 수입에 대해서 불안을 느끼는데 우리나라 수입의 GNP 탄력도가 과거 10년 동안 2입니다. 다시 말해서, 성장율이 10%라면 수입은 20%씩 늘어난다는 계산입니다. 이것은 다른 나라에도 유례가 없는 높은 숫잡니다. 그리고 저의 계산에 의하면, 우리가 이와 같이 높은 수입의 탄력도를 유지해서는 자립화가 곤란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우리는 지난 4년 동안에 수입이 급증 추세를 나타내고있는데 이것은 한편으로 외자를 많이 들여오는 것의 당연한 반영이라고 볼 수 있겠읍니다.
그러나 외자는 영속적으로 들여올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또한 점차적으로 이걸 줄여가야 한다면 이런 수입추세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기는 곤란합니다. 대체로 다른 나라에서는 성장에 필요한 수입의 중가율을 1에서 1·5정도로 보는데 우리는 그 수준을 훨씬 넘어선 만큼 앞으로 이 수입추세를 상당히 관심 깊게 보아나가지 않으면 곤란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적극적으로 외자를 들여오고 국내투자를 해서 대량수출품목을 양산하는 방향으로 가자는 주장이 있는데 성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노동집약적 상품수출을>
▲성=지금까지는 경제성장율이다, 수출증가율이다, 혹은 도로를 얼마를 건설했다해서 모든 것이 양적으로 팽창해 나가는 것을 주로 했는데, 앞으로 수출을 정비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하면, 이제는 질적으로 해나가야지 양 가지고는 해결이 안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생산비를 더 떨어뜨리고 경영의 합리화, 국민생활의 합리화, 또 정부행정의 합리화 같은 모든 것이 질적 측면에서 이루어져야겠읍니다.
수출에서는 요컨대 노동집약적인 산업, 다시 말해서 우리가 풍부한 자본이나 고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어떻게 해서든 자질이 좋은 노동력을 선진국과의 보완관계 밑에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회=최근 전자공업이 전면에 나서고 있읍니다만 아주 노동집약적인 세밀한 기공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주목을 받고 있읍니다. 이와 관련해서 앞으로는 기술이라는 것이 아주 중요한데 성 박사께서 이 문제에 대해….
▲성=과거에는 우리가 조립에만 주력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모든 것을 개발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적어도 우리경제가 질적 전환을 모색하는 단계라면 고급한 과학기술을 도입연구하고 또한 기능공 양성에 노력해서 기술자들의 일반적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읍니다.
따라서 과학기술을 그 기초에서부터 꾸준하게 연구, 개발해야 하겠읍니다.
▲사회=수출에 있어서 국내자원으로 가장 기여도가 큰 농업개발과 수출의 관계에 대해 박 교수께서….
▲박=원래 후진국의 경제개발에서는 국내자본형성이나 외화가득, 그리고 국내시장확대라는 측면에서 농업이 많은 기여를 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농업은 지금까지 이러한 기여할 기회를 놓쳐왔다고 봅니다.
명치유신 당시의 일본을 보면 공산품을 수출한 것이 아니라, 생사나 산에서 재배하는 차 같은 걸 대량으로 수출했던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일본은 경험과 기술, 그리고 국제무역에 대한 안목 같은 큰 교육적 효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수입양곡만 1억여불>
▲사회=우리가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외화를 절약하는 것도 중요한데, 수입대체의 가장 좋은 후보산업은 농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매년 수입하는 양곡만 하더라도 1억2, 3천만불 됩니다. 그러니까 농업을 개발해서 식량만 자급자족한다해도 그만큼 외화가 절약이 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농업부문의 수입대체에는 공업부문의 수입대체에 따르는 여러 가지 문제가 전연 뒤따르지 않습니다.
그럼 다음 문제로 넘어가서 지금 항간에는 우리나라가 20억불의 외채를 지고 있다. 이러고 서야 경제자립이 가능하겠느냐에 대한 논란이 많습니다. 그런데 자문자답이 돼서 안됐읍니다만 이론상 자립화의 조건은 첫째가 성장속도를 얼마로 하느냐에 달려있읍니다. 가령 우리 같은 나라에서 성장율을 너무 높여놓으면 수입수요가 상당히 늘어나기 때문에 자립화의시기가 늦어진다고 분석이 됩니다. 그러니까 10%보다는 8%가 유리한 조건이 되겠습니다.
둘째 조건은 한계 저축율이 어느 경우이든 적어도 25%이상 30%는 돼야겠다는 것입니다. 세째로 국제수지 면에서 수입의 GNP 탄력도가 1·5 정도로만 조정이 된다면 또한 경제적 자립이 가능합니다. 수출증가의 최소한의 조건은 수출중가율이 GNP 성장율을 넘으면 되는데 어느 정도로 넘느냐가 자립화의 시기를 결정하게됩니다. 그럼 언제쯤 경제자립이 가능할 것인가를 점 칠 수는 없지만 이제 말씀드린 조건이 충족이 된다면 적어도 제 생각에는 1980년의 중반까지는 국제 수지면의 무역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시기가 온다고 볼 수 있겠읍니다. 물론 이것은 순전히 양적 조건이니까 완전한 대답이 될 수 없고 또 그동안에 무슨 사태가 일어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만 적어도 경제자립의 소지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문제 많은 국민 저축율>
▲박=남 박사가 말씀하신 자립화의 모형을 달성하느냐의 여부는 국민이 얼마나 이를 위해 노력하느냐로 귀착이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제개발은 좀 특이한 것이 그동안 국내자본이 부족하니까 외국자본을 많이 가져왔읍니다. 자립이라면 이걸 갚아 낸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러기 의해선 국내자본형성을 해야하는데 저축이란건『미래의 소비』 인만큼 이것을 해치는 경제외적환경, 다시 말하면 북괴도발 같은 것이 없다는 전제가 서야 하겠읍니다. 또한 물가의 안정, 또다시는 우리경제에 악성「인플레」가 오지 않게끔 국민 각자가「인플레」를 미워하는 정신, 그래서 「인플레」속에 돈 잘 벌고 살아온 그릇된 자세를 없애고「인플레」요인을 배제하는 국민적 자세가 필요하겠읍니다.
▲사회=사실 수입, 나아가서 외자도입하고 견주어 볼 때 국내저축이 아주 낮다는 것은 가장 큰 우리경제의 약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국내저축을 어떻게 늘리느냐는 역시 기본정책의 테두리하고 관계가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지나친 투자를 하면「인플레」가 일어나고「인플레」는 물가상승을 가져 오며 물가가 오르면 이자나 환율을 높게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축은 늘어나질 않는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결국 문제는 성장이냐 안정이냐로 귀착이 되겠읍니다.
▲성=우리가 자립하려면 국제, 국내적 균형이 이루어져야겠는데 국제균형은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여서 국제수지의 균형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한편 국내적 균형은 자력에 의한 투자재원 조달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자력투자가 문제가 안될 만큼 해외재원에 의존을 하고 있읍니다. 이 국내저축을 늘리는데는 세금을 통한 정부저축도 한 방법이 됩니다. 그러나 근년에 와서 세금부담이 너무 과중해진 것 같고 그래서 정부저축에 의한 투자는 반드시 잘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읍니다.
그러고 보면 민간저축이 문젠데 지금 표면상 늘어나고 있는 저축의 내용을 보면 질적으로는 문제가 많습니다.
정말 저축이 되려면 기업체의 진정한 유보이윤이나 자기의 소득에서 알뜰히 한 부분이 저축이 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낭비의 바탕이 되는 특혜적 방법에 의한 돈벌이, 따라서 권력의 과도한 경제개입이 시정이 돼야 하겠읍니다.

<성장률 인하 조정돼야>
▲사회=그 다음으로 논의해야할 것은 그동안의 발전의 성과가 국민에게 고루 돌아 갔느냐가 되겠읍니다. 성장과 복지의 조화를 위해 개선되어야 할 점이 있다면-.
▲황=복지경제에서는 사회전체의 소득분배분 증가, 고소득층과 비교한 저소득층 분배분의 증가, 그리고 저소득층의 소득안정이라는 세 가지 명제가 제기됩니다.
사실 1, 2차 계획에는 생산, 투자계획만 들어갔지 분배, 사회개발에는 미처 힘이 돌아가질 못했읍니다.
▲성=제가 생각하기에는 어느 정도의 자본형성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생산성 향상의 범위 안에서 노임을 인상하는, 말하자면 비생산적 노동의 생산집약단계라고 봅니다. 그리고 성장율도 정부가 반성을 통해서 약간 인하조정을 한다는 얘깁니다만 제 생각 같아선 좀더 내렸으면 합니다. 그래서 보다 안정된 바탕을 형성하자는 것입니다.
▲박=3차 계획은 농·공의 균형적 발전을 내세우고 있읍니다. 그런데 지금의 농촌 실정을 보면 일본이나 대만이나 우리나라나 농토의 면적은 백년 전과 다름없이 호당 1정보 정도데 생활수준은 우리가 훨씬 떨어집니다.
이것은 기술과 가격요인 때문인데 가격문제를 보면 이웃 일본에선 이중곡가제를 통해 증산과 동시에 일종의 분배 효과로서의 복지정책을 쓰고 있읍니다.

<국방강화가 가장 중요>
▲사회=이제 결론이 대체로 내려진 것 같습니다. 그럼 앞으로 우리가 이 모든 과업을 성공적으로 해결해나가는데 가장 긴요한 전제조건이 있다면 어떤 것이 되겠읍니까.
▲박=「타이트」한 지금의 개발모형이 성취되려면 경제외적으로 이를 좌절시키는 요인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고 봅니다.
▲성=국방강화가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이 되겠읍니다.
▲한=성 선생 말씀에 동감입니다.
▲사회=장시간 감사합니다. 대체로 70년대를 맞는 우리 경제의 문제의식이 좀더 선명해진 것 같고 또 그 문제의식은 우리가 그동안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성공적인 면도 많았지만 성공하지 못한 점에서 제기되는 것이라 하겠읍니다.
참석자
▲남덕고 (서강대교수=사회) ▲박진환 (서울대농대 교수) ▲성창환 (고대경영대학원장) ▲한만춘 (연세대 이공 대학장) ▲황병준(서울상대 경영대학원장) (가나다순)
장소 본사 회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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