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한에 핵 합의 준수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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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북한 원전 사업이 착공에 들어가면서 미국 정부가 북한에 미국과의 핵 합의를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수요일 북한 동부 해안에 위치한 금호 지구에서는 콘크리트 타설 착공식을 시작으로 2개 경수로 중 원전 1호기가 준공에 들어갔다.

총 46억 달러 규모의 이번 사업은 1994년 북·미 협상 합의 내용의 일부로,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국제 컨소시엄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 계획 동결을 조건으로 북한에 원자로를 건설하기로 합의함에 따른 것이다.

이 합의문의 핵심은 북한이 무기 개발용 플루토늄을 뽑아낼 수 있는 구형 원전을 폐기하고 이에 대한 국제 사찰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미국 관료들은 과연 북한이 국제 핵 사찰단의 입국을 허용할 것인지의 여부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수요일 착공식에 참석한 한 미국의 고위 관료 역시 북한이 아직까지 합의사항을 준수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미국 정보 당국은 북한이 1994년 북·미 합의에 따른 핵무기 개발 계획 동결 이전부터 1기나 2기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분량의 플루토늄을 비축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북측은 이 같은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이날 금호 지구 원전 착공식은 현재 북·미, 북·일간의 긴장 완화 무드가 조성되면서 한반도내 외교 상황이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열린 것이다.

'악의 축'

경수로 건설 합의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이뤄진 것이지만,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북한이 암암리에 무기 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현 행정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에 대한 자금을 계속 지원하고 있다.

지난 1월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와 기타 대량 살상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며 '악의 축'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부시 행정부는 수요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지원 하에 원전 건설에 들어간 금호 지구에 최고위급 관료를 급파했다.

잭 프리처드 미국 대북교섭담당대사는 이 자리에 자신이 참석한 것은 이번 원전 사업에 대한 미국의 신의를 보여주는 것이지만 북한이 핵 사찰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런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KEDO 측은 합의문이 체결 된지 10년 이내에 원전 공사가 마무리 지어질 수 있도록 북한 측의 핵 사찰 허용을 기다리고 있다.

백악관은 경수로의 핵심 부분 건설에 들어가기에 앞서 북한측이 핵 사찰을 허용해야 한다며 이 점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측은 아직까지 이 같은 요구에 따르지 않고 있다.

이 사업은 이미 계획보다 여러 해 늦어진 상태다.

외교 관계 냉각

전문가들은 국제 핵사찰을 허용하도록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먼저 북·미 관계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북·미 관계는 지난 2000년 10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전임자인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북한 지도자와 회담을 가질 당시 절정을 이루었다.

그러나 미국의 행정부 교체와 함께 부시 대통령이 대북관계를 철저히 재검토하라고 명령을 내리면서 양국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그러나 지난주 부루나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북한 외무상이 회동하면서 양국 관계는 급물살을 탔다.

백남순 북한 외무상은 파월 장관과의 회동에서 북한 정부가 미국과의 대화 창구를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KUMHO, North Korea (CNN)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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