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강간 사건 이후 '부족 회의 처벌' 재고 압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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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 나간 어머니와 함께 있는 비비(사진 왼쪽).
토요일(이하 현지시간) 파키스탄 펀자브주 반테러 법정에 들어선 무카타라 비비는 자신을 집단 강간한 4명의 범인들과 얼굴을 마주했다.

비비는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호소했지만 평소 알고 지내던 이 4명의 남성들이 총구를 겨눈 채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증언했다.

이 성폭행 사건은 세계를 경악케 했으며 10명으로 구성된 부족 회의가 정당한 처벌의 한 형태로 강간을 명령했다는 혐의가 있어 국제적인 뉴스거리로 떠올랐다.

죄에 대한 처벌을 위해 강간을 저지른 이 남성들은 피해자 여성의 오빠가 죄를 지었다고 말했다.

이번 강간과 관련이 있는 부족 회의 역시 이번 사건과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한편,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남서쪽으로 200km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미안왈리시에서는 살인죄로 사형선고를 받은 4명의 수감자들이 자신들의 식구 중 여성 8명을 희생자의 가족과 결혼시켰다. 이들 중 가장 어린 소녀는 다섯살에 불과했다.

이 같은 제안의 조건은 이들의 사면이었다.

(피해자 가족과 결혼하게 될) 소녀들 중 한 명의 아버지는 "이것은 내 맘을 정말 아프게 했다. 이 아이는 내 자식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우리 부족의 전통이고,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이것은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두고 전국적인 항의가 일며 연방 당국에 이같은 합의를 중단시킬 것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부족 회의의 관행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게 됐다.

인권 변호사인 아스마 제항기르는 "부족 회의는 그 힘이 널리 미치는 집단이다. 오래 전 부터 법이나 사회적 가치와는 동떨어진 이들 부족 회의가 특히 여성들에게 차별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었다. 위의 두 사건 역시 바로 이런 차별에서 비롯 된 것"이라고 말한다.

파키스탄 헌법 아래는 두 종류의 사법권이 있다.

집단 강간 혐의로 체포된 4명의 남성(사진 앞쪽)과 강간을 명령한 부족 회의 임원 10명이 데라 가지 칸 경찰에 의해 지방 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파키스탄 북동부의 부족 지역들은 일반적인 법이 통용되지 않는 개별 자치 지역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연방 정부의 직접 지배를 받는 지역들도 있다.

문제는 이 지역들이 원칙적으로는 연방법의 지배를 받고 있다지만 실제로는 수백여년에 걸쳐 내려온 부족법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라는데 입법자들은 입을 모은다.

칼리드 란즈하 파키스탄 연방 법무장관은 "우리가 갖고 있는 기본적 문제는 연방법이 시행되고는 있지만 사람들의 사고 방식이 여전히 부족 체제를 더 가깝게 느끼고 있다는 모호성에 있다"며 "부족의 사고 방식은 확실히 연방법과 일치하지 않는다. 게다가 분명 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계속 자신들의 관습을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권 운동가들은 마비돼버린 사법 기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연방법이 적용돼야 하는 지역에서도 부족이 법 집행을 하는 것을 정부가 눈감아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제항기르는 "이 나라의 사법 기관은 거의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 정부는 지난 몇 년간 사람들이 독단적인 판사들에 반대하도록 만드는 노력을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부족 회의는) 암암리에 보호를 받게 됐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을 재판의 대안적 형태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정부 관리들과 인권 운동가들은 사람들의 자각이 연방법을 무력화시키는 불법적인 부족의 결정을 그만두게 할 수 있는 핵심 열쇠라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무카타라 비비 사건을 통해 이러한 여론이 퍼지고 있다.

토요일 첫번째 공판의 증언 후, 그녀는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법, 그러니까 연방법이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하며, 다음주 반대 심문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Ash-har Quraishi (CNN) / 이정애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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