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 원전 관련 임직원, 하청업체서 25억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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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원전 사업 관련 부서 전·현직 임직원들이 납품업체로부터 뒷돈 25억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부서의 임원이었던 인물을 체포해 이 뒷돈이 한국수력원자력 간부의 자택과 지인 집에서 발견된 수억원 현금 뭉치와 관련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11일 검찰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자체 내부 감사 결과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 산하 턴키사업부 임직원 25명이 2001년부터 2012년까지 하청업체 7곳으로부터 25억원을 받은 사실을 적발했다. 임직원들은 하청업체에 줄 납품 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일부를 뒷돈으로 되돌려 받는 수법을 썼다. 받은 돈은 유흥비·야유회·접대비 등으로 썼고, 일부는 개인이 가져간 것으로 감사 결과 확인됐다. 현대중공업은 관련 임직원 4명을 해고하고 21명은 감봉·정직 등 징계 처분했다. 또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일부 임직원을 울산 지검에 고발했다.

 그러다 원전 비리 수사가 진행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현대중공업 내부 감사에서 비위 사실이 드러난 부서의 임원이었던 인물이 검찰에 체포됐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수사단(단장 김기동 지청장)은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 김모(56) 전 전무와 엔진기계사업본부 김모(49) 영업상무 등 5명의 전·현직 임직원을 10일 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한수원 송모(48·구속 기소) 부장에게 납품 청탁과 함께 현금 7억2000여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전무와 김 상무가 소속됐던 부서가 송 부장과 거래를 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두 사람이 일한 부서는 비상발전기·변압기 등과 관련된 부품을 원전에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그동안 고리 1호기, 신고리 3~4호기, 신울진 1·2호기 등에 관련 설비를 납품해 왔다. 송 부장은 2010년 초 한국전력에 파견돼 최근까지 원전 설비 구매 업무를 맡으면서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바로 이런 부품들을 납품받았다.

 검찰은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의 사업을 관리했던 김 전 전무와 영업·접대 등을 맡았던 엔진사업기계사업부 김 상무 등이 로비자금을 조성해 한수원 측에 건넸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과정에 하청업체로부터 받은 뒷돈 일부가 로비자금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11일 김 전 전무와 김 상무 등을 상대로 한수원 송 부장에게 수억원의 뭉칫돈을 제공했는지를 추궁했다.

구체적인 로비자금 조성 경위와 시기 및 대가성 등도 집중 조사했다. 송 부장은 원전 부품 등의 입찰 조건을 현대중공업에 유리하게 만들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원전 취·배수구 바닥판 교체 작업과 관련해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한수원 A모(44) 차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A차장은 B사 대표 김모(49)씨가 월성 원전 1·2호기 바닥판을 미끄럼 방지용 특수바닥판으로 교체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수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기는 것을 눈감아준 혐의다. 김 대표는 실제 공사를 하지 않고 대금을 받음으로써 5억1000여만원 부당이득을 챙겼다.

부산=위성욱·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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