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교양] '담배와 문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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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와 문명/이언 게이틀리 지음, 몸과 마음, 2만원

담배만큼 빠른 속도로 세상을 지배한 기호품도 흔지 않다. 1492년 콜럼버스가 서인도 제도에 도착했을 때 원주민들이 불붙은 대롱을 빨고 있었던 것이 담배였다.

그것이 아시아의 조선 땅에 전해진 게 광해군 10년(1618년)쯤이었으니 전파속도는 그렇다치고, 지금 적도에서부터 극지방까지 담배가 없는 곳은 없다.

담배가 어떻게 세상을 유혹했기에? 사실 이 책의 부제(副題)이기도 한 이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은 꼼꼼하다. 다 아는 얘기지만 아메리카 대륙이 유럽 백인들에게 겁탈당한 뒤 보복으로 '선물'한 것 가운데 대표적인 게 매독과 담배다.

이교도들이 피운다 해서 '사탄의 풀'로 매도당했던 담배에 결국은 자신들도 함몰되는 과정을 자세히 파헤치고 있다.

처음 매독 특효약으로 소개됐고,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지면서 빠르게 확산돼 나가는 과정 추적이 흥미롭다.

담배의 중독성을 이용해 팽창정책의 전위로 삼았던 제국주의의 추악한 장삿속에서부터 히피문화, 심지어 중국의 문화혁명과의 연관성까지 두루 살피는 입체적 서술은 근래의 반(反)담배문화까지 연결된다. 유감스럽게도 한국 관련 담배 기록은 없다.

이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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