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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하드 운영자 "추적 불능 대포 ID 줄게 자료 올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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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업무용 문서 등을 교류하기 위해 만들어진 웹하드가 음란물 등 불법 자료의 유통 경로로 사용되고 있다. 연간 6억 건 이상의 불법 저작물이 웹하드를 통해 유통된다. 컴퓨터 화면은 웹하드에서 유통되고 있는 불법 저작물. [박종근 기자]

웹하드는 ‘불법 천국’이었다. 각종 불법 음란물이 전체 게시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영화·드라마·소프트웨어 등의 불법 복제물도 수두룩했다. 연간 1000건 이상의 불법 저작물을 올리는 헤비 업로더들이 이 같은 불법을 주도하고 있었다. 본지는 국내 언론으로선 처음으로 웹하드 전수 분석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불법 저작물의 온상으로 떠오른 웹하드의 검은 속살을 공개한다.

10일 오후 5시 P웹하드에 접속했다. 2007년 개설된 이 웹하드는 2011년 매출액 기준으로 국내 웹하드 ‘빅5’에 들어가는 사이트로 알려졌다. ‘성인’ 카테고리를 클릭하자 6만9440건의 게시물이 검색됐다. 삭제된 자료를 제외하더라도 현재 다운로드가 가능한 음란물 등 성인 자료는 4만여 건이었다. 대다수가 속칭 ‘야동’으로 불리는 불법 포르노 영상이었다. 영화·드라마의 불법 복제물도 수두룩했다. 이 가운데는 ‘월드워Z’ 등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최신 개봉작도 있었다. 이 영화의 극장 관람료는 8000원. 하지만 이 웹하드에선 122원만 내면 다운로드할 수 있다. P웹하드에선 다운로드 시 10MB당 10원의 이용료를 낸다. 1시간 분량(1GB) 포르노 영상을 내려받는 데 100원이면 충분하다.

 회원 관리도 허술했다.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e메일 주소만으로 회원 가입을 할 수 있었다. e메일 주소를 허위로 입력해도 회원 가입이 가능했다. 불법 저작물이 적발되더라도 해당 자료를 올린 회원을 특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웹하드가 불법 저작물의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저작권보호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인터넷상에 올라와 있는 불법 저작물은 18억4189만 건이었다. 이 가운데 36.1%(6억6475만8000건)가 웹하드를 통해 유통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서 인터넷으로 유통되는 불법 저작물 가운데 10건 중 3~4건은 웹하드에 올라와 있다는 얘기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올해 4~5월 집중 단속한 결과에서도 인터넷으로 유통되는 음란물의 75%가 웹하드를 통해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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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웹하드 전수 조사해 보니=본지는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 산하 저작권보호센터와 함께 지난달 10일부터 15일까지 P웹하드에 올라와 있는 게시글 20만1685건을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불법 저작물이 포함된 게시글은 31.5%(6만3454건)로 나타났다. 이 불법 저작물이 침해한 저작권자의 피해액은 24억4065만원으로 추산됐다.

 P웹하드에 올라온 게시물 가운데 불법 저작물 비중이 가장 큰 장르는 영화였다. 전체 영화 파일(3만6500건)의 38.3%(1만3979건)가 복제 등으로 제작된 불법 저작물이었다. 방송 콘텐트는 전체(9만8159건)의 29.3%인 2만8799건이 불법 저작물이었다.

 불법 저작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분야는 PC 운영체제인 윈도 등 소프트웨어 부문이었다. P웹하드에 올라온 불법 소프트웨어는 296건으로 전체의 0.1%에 불과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의 단가가 평균 10만원을 상회하는 것을 고려하면 총 10억4591만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된다.

 저작권보호센터는 2009년부터 불법 복제물 추적관리 시스템(ICOP)을 이용해 저작권 보호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웹하드 등에 올라온 불법 저작물로 인한 피해액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만 피해액이 2000억원대에 달한 것으로 저작권보호센터는 파악하고 있다. 국내 웹하드의 시장 규모는 1800억원대로 추산된다. 지난해 5월부터 웹하드 등록제가 시행되면서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에 113개 업체가 등록돼 있다. 그러나 저작권보호센터가 불법 저작물이 없다고 인증한 ‘클린사이트’는 보보파일·나우 등 2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누가 불법 저작물을 올리나=웹하드에 불법 저작물을 올리는 업로더는 30~40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포렌식팀이 분석한 결과 주요 4개 웹하드에서 활동하는 상위 20명의 헤비 업로더 중 30대가 55%로 가장 많았다. 이어 ▶40대(21%) ▶20대(14%) ▶50대(10%) 순이었다. 헤비 업로더 가운데 10대는 없었다.

 연령대별 분석은 수사 대상인 23개 웹하드 중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4개 웹하드의 헤비 업로더 80명을 대상으로 했다. 웹하드별로 정책에 따라 개인정보를 입력하지 않거나 성별·나이를 식별할 수 있는 자료를 누락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포렌식팀 방효근 과장은 “헤비 업로더는 30대 중·후반과 40대 초반이 많으며 직업적으로 불법 저작물을 올리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에는 주부·직장인 등이 생계를 위해 웹하드에 불법 저작물을 올리기도 한다. 경기도 수원의 스마트폰 개발 업체에서 일하는 박모(30)씨는 200만원이 안 되는 월급 때문에 생활이 빠듯했다. 박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지난 2월 M웹하드를 개설했다. 박씨는 웹하드를 운영하면서 직접 자료를 올리거나 회원들의 수수료를 받아 4개월간 약 600만원을 벌었다. 그는 지난 5월 음란물 유포 등 혐의로 입건돼 불구속 기소됐다.

 청소년들이 용돈을 벌기 위해 불법 음란물을 웹하드에 올리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3월 부산해운대경찰서는 웹하드에 음란물 3420개를 올린 114명을 검거했다. 이 중 16명이 중·고등학생이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웹하드에서 다운로드하는 비용을 아끼려고 음란물을 업로드했다”고 진술했다. 웹하드에선 다른 이용자가 자신이 올린 자료를 내려받을 때마다 포인트가 적립된다. 이 포인트는 웹하드에서 사용하거나 포인트 거래 사이트에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특별사법경찰 전진덕 수사관은 “주로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다운로드 비용을 아끼기 위해 하나둘씩 업로드하다가 이 중 일부는 헤비 업로더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글=정강현·정종문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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