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5)사법시험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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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법관수가 부족한 데다가 공급원인 사법대학원 수료자 또한 모자라 법관의 업무량만 늘어가고 이에따라 사건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것이 법원의 실정이다.
그러면 사법시험이 어떻게 운영되었기에 이 문제가 논의되었을까. 한마디로 우리나라 사법시험같이 어려운 시험은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이다.
어떤해는 수험생 4천4백50명중 1백10명이라는 비교적 많은 합격자를 냈는가하면, 다음해에는 수험생 4천9백69명중 10명밖에 안되는 합격자를 낸 일이있다.
이와같이 기복이 심하고 극소수의 합격자밖에 내지못한 시험에 대해 검토해야 할 점은 합격기준점인 60점을 어디다 두느냐 하는 문제이다.
외국의 시험제도에서는 수험생이 문제의 내용을 이해하고 정확한 해답보다도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만 나타나면 합격점을 주는 것으로 알고있다.
시험관의 편견에 따른 괴팍한 채점기준이 지금까지의 시험에 영향을 미쳤다면 시정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여하튼 지금까지의 자격시험인 사법시험제도를 채용시험으로 고쳐야 할 것이냐의 문제와 이에따른 구체적인 문젯점은 대법원의 사법제도 개선심의위원회에서 신중히 다룬 후 결론을 관계당국에 건의할 줄로 안다.
무엇보다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법관의 이직을 막는 길이다.
젊은 법학도가 어러운 시험에 합격한 후 강직한 법관으로서의 성장의 꿈을 키워나가게 하기 위해서는 과중한 육체적·정신적인 부담을 덜어주어야 겠다.
가장 중요한 일은 그들에게 최소한도의 생활대책만은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사건기록 보따리를 안고 만원「버스」에 시달리면서 성직자처럼 생활하는 그들에게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최소한도의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생활보장을 해 주어야한다.
생활난 때문에 법관의 자리를 떠나 비교적 용이하게 수입을 올릴수 있는 변호사로 전직하려는 그들에게 끝까지 사법부를 위해 십자가를 져 달라고 강청하는 데도 한도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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