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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같이 떡 반죽하며 전통식문화 배우니 재미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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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농업기술센터 농가공교육실에서 진행된 녹색식생활 교육 현장. 진미녀 강사가 학생들과 떡수단을 만들고 있다.

아무리 입맛이 까다롭고 편식이 심한 어린이도 자신이 직접 만든 음식은 거부감 없이 먹게 된다. 어린이 녹색식생활 체험교육은 잘못된 식습관으로 생기는 비만과 아토피등의 문제점을 어린이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특별한 경험으로 자리 잡았다.

“전통 세시음식은 시절음식이라 해서 ‘무엇을 언제 먹으면 어디에 좋다’고 알려졌어요. 그래서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그 계절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서 몸을 보호하고자 했지요.”

 지난달 28일 천안시농업기술센터 3층 농가공교육실에서는 앞치마를 두른 초등학생들의 요리실습으로 시끌시끌했다. 진미녀(48) 요리강사의 절기음식과 음력 유월의 절식인 ‘떡수단’의 간단한 설명이 끝나자 본격적으로 요리 실습이 시작됐다. 각 테이블에 놓인 딤섬 찜기에서 쪄낸 쌀가루를 다시 비닐봉투에 넣은 후 장갑을 낀 손으로 주물러 반죽을 만드는 학생들의 눈빛은 요리 체험의 즐거움과 호기심으로 반짝거렸다. 학생들은 만들어진 떡 반죽 덩어리를 가래떡처럼 길게 늘려 친구들과 함께 동글동글하게 만드는 일을 놀이하듯 즐겁게 해냈다.

 천안시농업기술센터(소장 곽노일)는 우리지역 농산물의 미래 소비자인 어린이들에게 바람직한 전통 식생활 문화와 안전한 먹거리의 중요성을 알리는 목적으로 관내 8개 학교 646명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 녹색식생활 교육을 시작했다.

교육내용은 올바른 식문화 교육 및 전통음식 체험으로 초등 교과서 속의 식생활교육 과정과 연계한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7일 개강을 시작으로 12월 20일까지 매주 금요일마다 총 23회에 걸쳐 운영되며 올해 초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선착순 8개 학교를 선정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교육의 지속적인 효과를 위해 지도교사와 어린이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천안 봉서초등학교와 중앙초등학교가 수업을 마쳤고 앞으로 5개 학교가 교육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날 교육에 참석한 어린이들은 천안 업성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로 지역농산물인 쌀을 이용해 떡수단 만들기 요리 실습을 했다. 학생들은 세시음식의 유래를 듣고 신선한 우리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음식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기회를 가지며 즐거워했다.

 학생들과 함께 교육에 참여한 권재현(31) 업성초등학교 교사는 “전교생 69명 중 4~6학년 32명이 참여했다. 도시와 농촌의 중간지역에 있는 작은 학교라 문화와 체험기회가 많지 않은 학생들에게 흥미롭고 유익한 프로그램”이라며 “교과서로 하는 딱딱한 이론 수업이 아니라 학생들이 더욱 재미있어 하고 반응이 좋았다. 실과 과목을 공부하면서도 떡 만들기 실습을 하긴 쉽지 않은데 전문 강사의 지도 아래 배울 수 있어 아주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은 쌀가루를 찌는데 사용했던 찜기를 깨끗이 씻어 마른 행주로 닦아 테이블에 가지런히 정리한 후 수업을 마쳤다. 완성한 떡수단에 잣을 띄워 선생님을 대접하고 함께 수고한 친구들과 나눠 먹는 학생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업성초 유채린(4학년)양은 “떡수단은 처음 먹어본다. 떡을 잘라 녹말가루를 묻혀 뜨거운 물에 넣을 때 조심스러웠지만 익은 떡을 건져낼 때 가장 기분이 좋았다. 학교에서 카스테라 만드는 실습을 한 적이 있는데 그것보다 더 재미있고 맛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같은 학교 홍아영(6학년)양은 “길게 가래떡을 만들어 먹기 좋게 자를 때 가장 재미 있었다”며 “친구들과 합동해서 떡반죽 만들 때 가장 재미 있었고 집에서 엄마와 또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을 이끈 진미녀(48) 강사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지 못한 낯선 요리지만 의외로 만들기 쉽고, 만들고 나서 맛있게 먹을 때 더 즐거워한다”며 “무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 음식을 알릴 수 있어 좋다. 집에 가서 부모님과 만들어 보겠다는 학생들을 보면 흐뭇해진다”고 덧붙였다.

 어린이 녹색식생활 교육은 7월에는 오이소박이를 만들고 8월에는 화양적, 9월에는 송편 만들기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10월과 11월에는 붉은팥 시루떡과 팥죽 만들기를 마지막으로 과정을 마칠 예정이다.

멥쌀로 만든 흰떡을 꿀물에 띄워 마시는 음료 떡수단.

◆ 떡수단(水團)=‘흰떡수단’이라고도 하며, 멥쌀가루로 만든 흰떡을 작은 경단 모양으로 만들어서 녹말 가루를 입힌 뒤, 끓는 물에 삶아 건져 찬물에 헹구고 이를 꿀물에 띄워 마시는 음료이다. 음력 유월 보름인 유두절의 절식 풍습으로 수교위(만두)와 함께 먹기도 하는데 꿀물에 동그랗
게 떠있는 흰떡과 얼음은 그 앙증스러움과 아울러 떡의 쫄깃한 맛으로 한층 운치가 더하는 세시음식이다.

글·사진=홍정선 객원기자 (to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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