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궈진 엔진 떨어져 나가 폭발 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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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항공기 사고로 여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항공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평가가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300t에 가까운 쇳덩어리가 시속 200㎞ 이상의 속도로 하늘에서 추락한 사고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상자 수가 비교적 적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일단 동체가 거의 온전하게 보존됐고 승객들이 대부분 탈출한 이후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점을 첫손에 꼽고 있다. 실제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 사고나 2002년 중국 민항기의 김해공항 추락 사고 등의 유사 사고 때는 대부분 추락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고 동체도 완전히 부서졌다. 이 때문에 이 사건들은 100~2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대형 참사로 비화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비행 중 뜨겁게 달궈진 엔진이 떨어져 나가면서 폭발을 피했다. 큰불 없이 연기만 났기 때문에 승객들은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2007년 3월 승객 56명과 승무원 4명이 탑승하고 오사카에서 고치로 향하던 전일본공수 여객기가 앞바퀴가 나오지 않아 동체착륙했지만 이때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아 인명피해는 없었다. 착륙 시 꼬리 부분이 걸려 부서진 것이 오히려 추락 각도와 충격을 완화시켜줘 전체적인 피해를 줄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꼬리가 떨어져 나갈 때도 보조 엔진 부분만 분리돼 객실에 직접 피해를 주지 않았다.

  미국 항공안전재단의 케빌 히아트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과거 항공기 사고를 교훈 삼아 항공사들이 항공기 구조를 대폭 강화했다” 고 말했다.

 승무원들의 침착한 대응도 희생자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사고 항공기에 탑승했던 유진 앤소니라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나 승무원들은 영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체구가 작은 소녀 같은 여성이 사람들을 등에 업고 사방으로 뛰어다녔다”며 “얼굴은 눈물 범벅이었지만 무척이나 침착하게 사람들을 도왔고 그 덕택에 나도 비행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항공사들이 ‘마의 90초’ 이내에 승객들을 대피시키는 것을 목표로 매뉴얼을 만들어 승무원들을 훈련시키고 있다.

박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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