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가정책의 일대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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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곡가정책이 또다시 재정안정계획과 재원문제로 답보할 징후를 보이고 있다. 농림부와 기획원은 곡가문제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대립하고 있으며, 정부·여당도 아직 의견을 모이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농업생산이 정체하고, 식량 자급율이 80%선을 하회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아직 정부·여당은 농업문제를 도시경제의 종속물로 생각하는 구태의연한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있음은 매우 유감스런 일이라 하지않을수 없다.
정부·여당이 말로만 고곡가정책을 양언하고, 곡가를 예시하여 농업생산에 자극을 준다고 한들 무슨소용이 있는가, 다시한번 생각할 문제라 할 것이다. 농업문제를 개선시켜야 한다는 현실적 과제를 제대로 인식했다면 그에 부합되는 농업정책을 밀고 나가야지 이구실 저구실을 들어 기본과제를 흐리게 하는 것은 책임있는 정부나 집권당이 취할 태도가 아닌 것이다. 연간 2억「달러」수준의 외곡을 도입하는 처지에서 도시와 공업용자금은 아낌없이 방출하는 정부가 농업정책에는 성의를 보이려 하지 않는것은 결국 오늘의 정치상황이 농민을 소외시키는 속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도시 연간 1천억원의 재정팽창을 계속할수 있으며 연간 6백억원이상의 각종감면세를 허용할수 있는 재정형편에서 성의만 있다면 고곡가정책을 밀고 나가지 못할 사정은 없는것이다. 정부 일각에서 곡가의 대폭적인 인상을 반대하는 이유로서 제시하는 재정안정계획 아니 재원문제도 따지고 보면 구실을위한 구실에 불과한 것이다. 정부가 고곡가정책을 위해 방출하는 매입자금은 계절적인 자금방출요인에 불과할 뿐 정부양곡을 방출하는 단계에서는 다시 완수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근본적이고 추세적인 통화창조요인이 아닌 것이며 재정안정계획의 연말한도에 포함되어야할 하등의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수 없는 것이다.
다음으로 재원문제도 그렇다. 고곡가정책만을 밀고 나간다면 특별히 재원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없는것이다. 쓸데없이 이중가격제를 운운하기 때문에 재원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도시「엥겔」계수가 소득수준에 비추어 지나치게 낮은 것이 우리의 실정이므로 재원문제를 제기하는 이중가격제를 구실로 고곡가정책을 유야무야시킬 필요는 없는 것이라 할것이다. 이중가격제를 고려하지 않는한 안정계획이나 재원문제는 계절성을 가질뿐 본질적인것이 아니므로 이를 구실로 고곡가정책을 후퇴시킬수는 없다는 것이다.
오늘의 농촌경제와 농업생산동향은 방관할수 없을만큼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경제개발정책을 근본적으로 교란시킬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내포한 농업문제에 대해서 주저하는 것은 있을수 없는일이다. 농업정책의 일대혁신과 그 지체없는 집행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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