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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배의 주의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교통안전에 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보행자와 운전사는 주장이 따로 있다. 보행자편은 으레 난폭한 운전사를 나무란다. 역시 운전사편에선 보행자의 멍청한 주의력을 지적한다. 두편의 시비는 언제나 평행선을 달린다.
역학적으로보면 보행자도 운전사도 서로의 피해망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산술이 가능하다. 답부터 말하면 연전사편에서 보행자보다 적어도 2천배의 주의력을 집중하면 된다. 어느편도 이런 조건에선 피해자의 입장에서 헤어나올 수 있다.
인간이 걸을 때의 시속은 보통 4㎞이다. 도시내에서 자동차의 최고속도제한은 시속 40㎞이다. 이 비례는 1대10. 성인의 평균중량을 50㎏으로 치고 자동차의 중량은 적게쳐서 1천㎏으로하면 이때의 비례는 1대20이다. 쌍방의 파괴력을 나타내는 연동 「에네르기」의 비례는 속도의 자승에 비례하며 또한 중량에 비예한다. 이 경우 보행자의 파괴력과 자동차의 그것은 적어도 1대2천이다. 연동「에네르기」로 따지면 자동차는 보행자보다 2천배의 파괴력을 갖는다.
이 산출은 자동차와 인간의 부피(부피)를 전혀 무시한 것이다. 만일 그 조건까지 합치면 자동차의 흉기성은 더 험악해진다. 여하튼 운전사쪽에서 2천배의 주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교통안전을 이룩하려면 어쩔수 없이 운전사편을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직영적인 「드라이버」에게 정신적인 안정감과 충분한 휴식이 요구되는 것은 마땅하다.
최근 6대도시 교통비상령후에 눈에 띄는 현상은 보행자만 일방적으로 다스리는 느낌이 든다. 실제로 자동차편은 평일보다 사고가 7건밖에 줄지 않았다. 그러나 보행자는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경찰서로 붙잡혀갔다. 이 두경우의 반비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결국은 단속의 선후관계가 바뀌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 당국은 보행위반자를 무조건 연행하기 전에 모든 조건을 인간우선으로 개선해 놓아야 할 것이다.
건널목은 까마득하고, 운전사는 부주의하고. 사방을 계단으로 가로막은 도심에서 보항위반자만 추격하는 것엔 문제가 없지 않다.
당국은 단속의 평균감각을 잃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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