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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속의 『퍼스트·레이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대통령 부인 육영수여사는 지난10일 한국동굴협회 탐험대원들의 안내를 받아 강원도 삼척군 도계면 대이리에있는 관음굴이라는 동굴을 탐험했다.
연락이 깁작스러웠고「헬러곱터」의 좌석이 제한됐던 까닭으로 최소한도의 인원밖에 동원되지 못해서 육여사의 안전을 걱정한 대원들은 시종 가슴이 죄지 않으면 안됐다.
아직 관광을 위한 시설을 하지 못하고 철책으로 입구를 막아놓고 보호만 하고 있는 굴속에서 개울이나 늪을 건너려면 하반신을 얼음장같은 물에 적시고 절버럭거려야 하며 깊은 곳을 건널때에는 공군조종사들이 쓰는 구명용 고무「보트」를 한사람씩 타고 양쪽에서「로프」로 끌어서 왕복한다. 「발코니」처럼 돼있는 곳에서는 경금속으로 된 조립식 사다리를오르내려야한다. 누구나 동굴에 들어가본사람이라면 그 신비스러운 자연의 작품에 매혹되지않을 수 없는 것이지만 육여사가 당초에 왜 동굴에 대해 그토록 흥미를 갖게됐는지는 아직도 동굴협회 사람들의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지난1월2일 밤에 필자의 집에 전화가 와서 제주도에 있는 동굴을 육여사가 구경하고 싶어하는데 안내를 할 수 없겠는가 하는 연락이 와서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일기가 나빠 비행기가 뜨지 못해서 그 탐험은 실현되지 않고 말았다. 이번에도 처음에는 관음굴 근방에 있는 환선굴까지 볼 계획이었으나 기상관계로 예정시간보다 2시간이나 늦게 떠났고 귀경시간도 역시 앞당기게 돼서『저쪽굴(환선굴)도 가봅시다』하는 육여사를『도중에 비가 많이 오고있어서 이제는 돌아가셔야 합니다』하고 납득시키느라고 항공책임자가 한참 진땀을 뺐다.
관음굴은 길이 1.2km의 석회암 종유 동굴로서 국내에서 가장 나이어린 것으로 생각되는 굴이다. 따라서 아직도 자라는 단계에 있으며 입구에서 끝까지 종유석의 갖가지 형태가 계속 자라고 있다.
1965년10월25일 중앙일보사와 경북산악회가 공동으로 탐험을 시작, 현재까지 모두 다섯차례의 탐험에도 불구하고 끝을 보지 못한 채 마지막 14m의 폭포에서 후퇴하고 말았다. 대이동굴지역 2백만평은 최근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이 동굴은 길이 15m를 넘는 석주「커튼」종유석 석순 등 만도 1백여개나 되고 진성동굴종을 비롯 20여종의 희귀한 동물이 살고 있어 생물학의 보고이기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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