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에 산다(39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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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4·19의거가 있은지 벌써 아홉돌이 됐다. 솔직하게 말해서 우리가 그때 느꼈던 4·19의 희생, 그리고 4·19의 의의에 대한 감정은 많이 식어진둣하다.더우기 4·19의 역사적 가치에 관한 사회의 평가도 퍽 변질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시간이 그만큼 흘러간 탓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다른의미에서 생각하면 4·19시대의 학생들이 갖고 있던 민주시민의 자세, 또는 애국사상의 지주등은 해를 더함에 따라 점점 성장해 왔고 또 후배 학생들의 정신속에 더욱 강한 뿌리를 펴고 있다.
해마다 대학가에서 발표되는 4·19선언문은 날로 무르 익어가는 한국 학생들의 사회적 지위를 밝히고 있으며 민주생활을 보호하며 국가 발전을 희구하는 그들의 열있는 모습을 외치고 있다. 그들 모두가 배달민족의 핏줄을 이어받았으므로 당연한 현상이라고 믿는다.
우리 민족은 외세침략에 항거투쟁한 3·1독립운동을 가장 귀중한 민족 의거로서 길이 간직해오고 있다. 이제 우리는 또하나의 귀중한 4·19의거를 우리민족 역사와 함께 영원히 자랑하고 간직하게됐다. 4·19는 비록 연소하지만 민주국가의 지도자 국민간의 기본적 정신자세를 교훈해주고 있다. 이 성스러운 교훈에 의하여 우리나라의 민주정치 활동이 반드시 발전될수 있다고 믿는다.
4·19의 인간상에 대한 논의 또는 강연이 많이 있었다. 나는 나대로의 생각을 늘 해본다. 내동생(4·19당시 서울대문리대 수학과3년 김치연)이 「데모」로 희생됐다 해서가 아니다. 4·19세대의 학도들은 과연 고독한 운명에있었지만 결코 의롭지 않은 환경에서 의거하였다. 민주국가수호, 사회정의 실현등 사명을 띄고 개인적 고독에는 고민했지만 강철같은 동지들의 결합을 통하여 의롭지 않게 의거하였던 것이다. 4·19의 역사관을 운위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나는 이것에 관해서도 생각해 본다.
젊은 그들의 의거는 우리민족역사 깊은속에서 마치 남산의 싱싱한 청송처럼 국민을 지도하는 사람들의 정신적 자세를 올바르게 지켜줄 것이고, 민주시민의 자질과 책임을 길이길이 깨우쳐 줄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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