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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스런 「배신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위장간첩 이수근에 대한 첫 공판이 열린 것은 10일 상오10시2분. 공판이 열린 대법정주변은 아침 7시께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방청객·주민들 5백여 명으로 붐볐다. 서울서대문경찰서 101호 배차는 아침부터 붉은 비상「라이트」를 켠 채 배재고교 입구를 지켰고 경비를 맡은 정·사복 경찰관 40여명은 허리에 방독「마스크」까지 차고 있었다.
방청권을 가진 사람도 법정에 들어서기 전 주민등록증과 방청권을 일일이 대조해 보여야만 했고, 몸수색도 했다.
상오 9시34분 부산 임시 597호 넘버의 초록색 호송버스가 법원입구에 들어섰다. 교도관 20여 명의 호송을 받으며 일당 7명 중 맨 끝으로 내린 이수근은 총총 걸음으로 법정에 들어갔다.
미결수 번호 「1를OO」의 이는 푸른 때묻은 미결수복에 검은 고무신·회색 양말차림이었다.
이는 검찰 조사 때와는 달리 시종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어 고개를 푹 숙인 딴 6명의 피고인과 대조적이었다.
초췌했지만 그 특유한 콧수염은 멋대로 길러져 있었고 그의 넓은 대머리는 빛을 읽은 채였다.
상오9시55분. 최 부장검사 입회서기가 공솟장 기록 등을 검사석에 갖다 놓자 법정 안은 한때 물을 끼얹은 듯 했다.
이수근에 대한 일문일답 내용은 경청하고 있던 방청객들은 이가 얼굴도 붉히지 않고 뻣뻣한 자세로 귀순을 가장한 월남경위와 간첩행위, 탈출경위 등을 침착한 태도로 답변하자 『가증스런 위장간첩의 본질을 드러 내놓았다』고 분개하기도 했다.
이 부장판사는 공판에 들어가기 전 3분 동안 이등 7명의 피고인을 호명, 법대 앞에 세운 다음 보도사진을 찍게 했다. 이의 부인 이강월씨는 보이지 않았다.
최 부장거사의 공소사실 신문에 이는 풀죽은 표정으로 『네, 그렇습니다』로 시종했다. 이는 「마이크」앞에서 왼쪽으로 10도쯤 고개를 돌린 채 모든 것을 체념했다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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